중동 전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크립토 시장이 빠르게 ‘안전 우선’ 국면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장 행사는 줄줄이 흔들리고 자금은 위험회피와 단기 트레이딩 사이를 오가지만, 비트코인(BTC)은 한때 전쟁 발발 이후 2주 동안 약 10% 오르며 ‘전쟁=하락’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 시장의 해석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업계는 오프라인 일정부터 조정하고 있다. 대형 행사로 꼽히는 토큰2049 두바이(Token2049 Dubai)가 연기됐고, 톤(TON) 네트워크도 ‘게이트웨이 두바이’ 행사를 취소했다. 단순한 일정 변경이라기보다, 분쟁 인접 지역의 이동과 집결이 ‘개인 안전’과 직결된 현실을 업계가 비용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행사 위축은 네트워킹, 프로젝트 세일즈, 투자 미팅 같은 시장의 ‘오프라인 유동성’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정보 확산 속도와 신규 자금 유입의 온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이번 국면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비트코인(BTC)의 초반 반응이다. 공동 공습이 이뤄진 2월 28일 이후 전쟁 국면이 본격화한 뒤 약 2주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10%가량 상승하면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처럼 위험자산 매도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던 장면과는 다른 흐름이 연출됐다.
카이코(Kaiko) 리서치 애널리스트 로렌스 프라우센(Laurens Fraussen)은 이를 ‘지정학적 피로(exhaustion)’로 설명한다. 전쟁·충돌 뉴스가 반복되며 시장이 일정 부분 둔감해졌고, 패닉성 매도보다는 레버리지 조정과 포지션 재정렬이 우선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옵션 시장에서도 6월 말까지 8만달러 상단을 점치는 포지션이 일부 포착되며 조심스러운 낙관이 반영됐다. 원·달러 환율(1달러=1,498원) 기준 8만달러는 약 1억1,984만원이다.
다만 국제 보도 흐름은 ‘크립토가 안전자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더 강하게 밀고 있다. 전쟁 장기화, 이란의 미사일 발사,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같은 뉴스가 나올 때마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 선을 내주거나 6만달러대로 급락한 사례가 집중 조명되면서, 금과 달러 같은 전통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분석도 확산됐다. 실제로 확전 공포가 커진 구간에서는 비트코인이 6만1,000달러대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전쟁 뉴스’가 방향성 투자라기보다 단기 뉴스 트레이딩을 촉발하는 재료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쟁이 금융시장에 남기는 핵심 경로는 결국 원자재 가격과 금리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송의 핵심 목줄로, 긴장 고조는 곧바로 국제 유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로 이어진다. 이란이 추가 공격이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시장의 경계감도 커졌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되살아나면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 속도는 늦어진다. 고금리 환경은 비트코인(BTC) 같은 위험자산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유동성이 조여들면 상승에 필요한 신규 자금 유입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CME 페드워치(CME FedWatch) 기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2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크립토가 전쟁 뉴스에 ‘일시적 반응’을 보일 수는 있어도, 추세를 좌우하는 것은 금리와 달러 유동성이라는 점이 재확인되는 대목이다.
거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업계 내부에선 제도권 확장과 상품 실험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블랙록은 이더리움(ETH) ‘스테이킹(staking) 보상’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된 ETF를 출시하며, 이더리움의 수익형 구조를 제도권 상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구체화했다. 스테이킹은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하기 위해 자산을 예치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규제·상품 설계 측면에서 논쟁이 이어져 온 영역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정면으로 상품화에 나섰다는 점은 이더리움(ETH) 투자 내러티브에 변화를 준다.
리플의 행보도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7억5,000만달러 규모의 ‘바이백(share buyback)’ 프로그램이 시작된 뒤 기업가치가 25% 뛰어 500억달러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500억달러는 원화로 약 7조4,900억원이다. 다만 기업가치 급등이 펀더멘털 개선과 얼마나 맞물려 있는지, 이벤트성 재평가에 그치지 않는지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쟁은 온체인 시장에선 또 다른 형태의 ‘거래 기회’를 만들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 성격의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는 토큰화된 원유·금속 관련 ‘퍼페추얼(perpetuals)’ 거래가 활성화되며 수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 금융에서 원자재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파생상품 거래가 늘어나는 현상이 온체인에서도 재현되는 셈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크립토 이슈는 정책을 넘어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크립토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공격 포인트로 삼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규제·육성 논쟁이 후보 개인의 이해관계와 연계 의혹으로 번지면서 시장에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얹힌다.
국제 보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이 곧 종료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재돌파했다는 사례가 함께 다뤄졌다. 동시에 실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거나 추가 공습 계획, 기뢰 설치 가능성 등 악화 신호가 부각될 때 가격이 다시 흔들렸다는 점도 강조됐다. 전쟁과 선거가 결합한 헤드라인이 단기 가격을 좌우하는 ‘뉴스 주도 장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스크 관리 기조는 디파이(DeFi)와 거래소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디파이 프로토콜 스카이(Sky)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강화를 위해 바이백 규모를 크게 줄였다. 창립자는 이란 전쟁을 배경 중 하나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적인 토큰 환원보다 방어적 재무 여력을 우선하는 선택으로, 전쟁이 ‘프로토콜 거버넌스의 우선순위’까지 바꾸는 사례다.
바이낸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WSJ가 2월 보도에서 제재 대상과 연관된 17억달러 규모의 크립토가 플랫폼을 통해 흘러갔고, 이를 적발한 직원들이 해고됐다고 보도한 데 대한 대응이다. WSJ는 “보도를 지지한다(We stand by our reporting)”는 입장을 밝혔다. 규제·평판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법적 공방은 거래소 사업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전쟁과 금리, 유가와 정치 이벤트가 동시에 시장을 흔드는 구간에서 크립토 투자 판단은 더 어려워졌다. 행사는 멈추고 전략은 보수적으로 바뀌는 반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둘러싼 제도권 상품화와 온체인 파생 거래는 오히려 확장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안전자산’과 ‘혁신자산’ 사이에서 어떤 비중 조정을 택할지, 그리고 그 선택이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디파이(DeFi) 시장의 다음 변동성을 어떻게 키울지가 관전 포인트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중동 전쟁 격화 국면에서 크립토 시장은 ‘공격적 베팅’보다 ‘방어적 포지셔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
- 비트코인은 전쟁 초기 2주 동안 약 10% 상승하며 전통적 ‘리스크자산’과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추세 확정보다 이벤트 초기의 포지션 재조정/헤지 수요 가능성
- 유가·금리·지정학 속보(확전/휴전/제재) 등 거시 변수의 방향성이 엇갈리면서 가격의 방향성보다 변동성(급등락)이 커지는 장세
💡 전략 포인트
- ‘상승 기대’보다 ‘변동성 확대’를 기본 시나리오로 두고 레버리지·과도한 알트 비중을 보수적으로 관리
- 체크 포인트: 유가 급등(인플레 재자극) → 금리 고착/상승 기대 → 크립토 전반에 부담, 반대로 유가 안정+금리 하향 기대는 위험선호 회복에 우호적
- 지정학 헤드라인에 따라 급격한 스파이크가 나오기 쉬우므로 손절/익절 기준을 사전에 수치로 고정(계획 매매), 분할 진입/분할 청산 중심으로 대응
📘 용어정리
- 지정학 리스크: 전쟁·제재·외교 갈등 등 정치/군사 이벤트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요인
- 방어 모드(Defensive positioning): 고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성/안전자산 성격의 포지션 또는 헤지 중심으로 운용하는 전략
- 변동성(Volatility): 일정 기간 가격 변동 폭의 크기(방향이 아니라 ‘흔들림’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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