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DeFi) 예치총액(TVL)이 950억달러를 회복했다. 단순한 자금 유입이 아니라, 예전과는 다른 성격의 회복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14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디파이라마(DeFiLlama)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는 이번 반등이 2021년처럼 ‘수익률’을 쫓는 단기 자금이 아니라, 실제 수요에 따른 지속적 유입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정점 이후 시장을 짓눌렀던 과열은 빠졌지만, 온체인 프로토콜에 묶인 자금은 다시 늘고 있다. 이번에는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흐름이라는 해석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핵심은 TVL 숫자 자체보다 디파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디파이는 더 이상 고수익 투자처로만 평가되지 않고, 전통 금융의 중개층을 대체하는 ‘금융 인프라’로 다시 읽히고 있다. 은행과 브로커 같은 기관이 자산을 대신 보관하는 기존 구조와 달리, 디파이에서는 이용자가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산을 직접 보유한다. 신뢰의 중심이 기관에서 코드로 옮겨가는 셈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자기수탁’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 흐름이 이론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로 구체화되고 있다. 해시포트 월렛(Hashport Wallet)은 개인키 보유의 진입장벽을 낮추며, 기존에는 금융자산을 기관에 맡기는 데 익숙했던 이용자들도 스스로 지갑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디파이 생태계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연결고리로 봤다. 가격이 안정된 자산이 있어야 결제, 송금, 대출 같은 기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만으로는 금융 인프라를 대체하기 어렵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그 약점을 메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대는 단순한 크립토 열풍이 아니라, 새로운 결제·정산 레이어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더리움(ETH) 네트워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최근 거래 활동이 늘고 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단순한 투기성 매수보다 실제 이용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상승과 네트워크 활동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때는 온체인 경제가 강화되는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본은 이 흐름을 자국 금융 모델로 연결하고 있다.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는 일본 개인과 기관이 디파이 체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달러 표시 프로토콜에 의존해야 했던 부담, 환전 비용, 규제 복잡성을 낮추면서 로컬 통화로 온체인 금융을 쓰게 만드는 구조다. 여기에 해시포트 월렛이 제공하는 자기수탁 인프라가 더해지면, 일본형 디파이 접근 모델이 완성된다는 평가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최근 급등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약 7% 수준에서 13%를 넘어섰던 점유율은 현재 13.2%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졌던 흐름이 멈춘 모습이지만, 50일·100일·200일 이동평균선은 모두 우상향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 보존 성향 자체는 아직 꺾이지 않은 상태다.
시장 구조상 14%를 다시 넘으면 위험회피 심리가 재차 강해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고, 12% 아래로 내려가면 자금이 다시 암호화폐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완전한 ‘리스크온’보다는 조심스러운 관망 국면에 가깝다. 디파이의 TVL 회복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지만, 그 회복이 확장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실제 사용성과 규제 환경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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