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연관된 것으로 지목된 키르기스스탄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그리넥스(Grinex)’가 대규모 해킹을 당한 뒤 돌연 거래와 출금을 멈췄다. 이번 사고는 단순 보안 문제를 넘어 제재 회피용 자금 흐름과 맞물린 ‘정치적 해킹’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그리넥스는 해커가 약 10억루블, 한화로 약 1300만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공식 성명에서 이번 공격이 ‘비우호국’의 ‘특수기관’이 벌인 일처럼 보인다고 주장하며, 경제전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현지 경찰에 정식 신고를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은 그리넥스를 2025년 출범한 뒤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모스크바 기반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의 사실상 후계자로 보고 있다. 그리넥스는 러시아 루블과 테더(USDT)뿐 아니라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는 ‘A7A5’의 주요 거래 창구로도 알려졌다. 이 구조는 제재로 묶인 자금의 우회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해킹은 트론(TRX)과 이더리움(ETH) 네트워크를 따라 자금이 이동한 정황도 포착됐다. 분석가들은 공격자가 탈취 자금을 테더가 아닌 트론 등으로 빠르게 바꿔 추적과 동결 위험을 낮췄다고 본다. 또 키르기스스탄 기반 플랫폼 ‘토큰스팟(TokenSpot)’에서도 지갑 겹침과 동시 장애가 확인되면서, 단일 해킹이 아니라 제재 회피 네트워크 전반을 겨냥한 작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 연계 거래소가 얼마나 정치·제재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해킹이지만, 실제로는 불투명한 해외 거래소를 둘러싼 자금세탁, 제재 회피, 단속 강화가 한꺼번에 충돌한 결과일 수 있다. 시장 입장에서는 유동성보다 ‘관할권’과 ‘제재 노출도’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경고로 읽힌다.
현재 비트코인(BTC)은 일간 기준 7만50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그리넥스 사태는 러시아 관련 코인 유동성과 스테이블코인 흐름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키우며, 향후 추가적인 지갑 블랙리스트와 자금 동결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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