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환치기’ 사건과 관련해 거액 외환 송금을 둘러싼 법적 책임 공방에서 법원이 은행 법인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불법 외환거래 구조 속에서도 책임 귀속 범위를 엄격히 제한한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021~2022년 우리은행 지점장 A씨가 가상자산 환치기 조직과 공모해 1조원대 외화를 송금한 점을 근거로, 법인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상자산 환치기는 해외에서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을 이전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한 뒤, 이를 외화로 환전해 다시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당시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을 얻는 구조로, 불법 외환 유출 통로로 지목돼 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환치기 일당이 허위 인보이스를 제출해 정상 수입대금처럼 위장한 사실을 알면서도 송금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외환 규모는 약 1조원대로 파악된다. A씨는 이미 2023년 징역 3년형을 확정받은 상태다.
쟁점은 ‘양벌규정’ 적용 여부였다. 이는 직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개인뿐 아니라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제도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불법 송금을 사실상 방조했고, 내부 통제 실패 책임이 있다고 봤다. 특히 10억원 이상의 자본거래 시 필요한 한국은행 신고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핵심 근거는 ‘이익 귀속’이다. 재판부는 “양벌규정은 위반 행위로 이익을 얻는 주체까지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은행은 해당 범행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얻은 주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직원들이 제출된 서류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를 곧바로 신고 의무 위반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형벌 법규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당시 직원들은 해당 거래를 단순 수입대금 송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국제 송금과 기존 외환 규제 체계 간의 충돌을 다시 드러냈다. 앞서 2025년 대법원은 가상자산 기반 송금이 외국환은행 업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제도 공백 속에서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2023년 수사 당시 시중은행 9곳에서 확인된 불법 외환 유출 규모만 4조 3천억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와 법적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환치기’ 자체의 불법성보다, 그 과정에 개입한 금융기관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선을 그은 사례로 평가된다. 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유사한 회색지대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6051418310628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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