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경을 넘는 가상자산 이동을 외환 당국의 감시 체계 안에 넣기로 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파악이 어려웠던 해외 이전 거래도 연말부터 제도권 보고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허장 2차관은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외환건전성협의회 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추진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개정 외국환거래법의 시행 방향을 관계 기관과 논의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가상자산이 국가 간에 이전될 경우 관련 정보를 한국은행 외환 전산망을 통해 보고하도록 한 데 있다. 수집된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등에도 공유된다. 사실상 외환 관리 체계와 자금세탁 방지 감시망이 가상자산 영역까지 넓어지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이 불법 자금 이동, 재산 은닉, 해외 반출 같은 문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당장 외화 거래처럼 송금 한도나 금액 규제를 곧바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선은 거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보고 체계를 먼저 만들고, 이를 통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제도 정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장기적으로는 범죄 악용 가능성을 줄이고 국부 유출을 막는 방향의 추가 제도 개편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허 차관은 제도 시행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실제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업계와 한국은행, 감독 당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법률은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앞으로 국무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연말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가상자산의 해외 이전은 이전보다 훨씬 투명하게 포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단순한 거래 감시를 넘어, 디지털 자산을 기존 외환 질서 안에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정책 기준을 세우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1월 내놓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의 이행 상황도 함께 점검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8대 분야 39개 과제 중 25건이 이미 완료됐고, 6월까지 3건을 더 마무리해 상반기 중 28건을 끝낸다는 계획이 공유됐다. 정부는 외환시장 제도 개선과 시장 접근성 확대를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가상자산 국경 이전 모니터링 역시 자본 이동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디지털 자산 규율과 외환시장 선진화 정책이 서로 맞물리며 제도 정비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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