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 급락이 기업 재무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한때 ‘디지털 자산 재무 전략(DAT)’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상장사들이 잇따라 보유량을 줄이거나 시장에서 철수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스트레티지(Strategy, $MSTR)가 2020년 선도한 DAT 모델은 2025년 10월 비트코인 가격이 12만6000달러까지 치솟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장사를 끌어들였다. 일부 기업은 자체 현금뿐 아니라 차입까지 동원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약 50% 하락하면서 주가 급락과 재무 부담이 겹쳤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반에크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 매튜 시걸은 최근 “여러 기업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거나 보유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영국 상장사 사츠마 테크놀로지(SATS)는 보유 중이던 668 BTC 전량을 청산하고 자본을 반환한 뒤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같은 거래소의 스마터 웹 컴퍼니(SWC)도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178 BTC를 매도했다. 앤드루 웹리 CEO는 “비트코인 및 법정화폐 기반 전환상품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현재로선 회사에 적절한 자본 구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퀀스 커뮤니케이션즈(Sequans Communications, $SQNS)는 1025 BTC를 먼저 매각한 뒤, 남은 물량의 약 80%를 추가로 처분해 부채를 줄였다. 잔여 658 BTC 역시 현금화할 계획이며, 추가 매수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나카모토(Nakamoto, $NAKA)는 더 극단적인 사례다. 2025년 SPAC 상장 이후 주가가 99% 폭락한 이 회사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약 284 BTC를 매도해 2000만달러(약 293억2400만원)를 조달했다. 파생상품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한 약 40 BTC도 처분했다.
특히 보유 중인 5342 BTC 중 약 70%가 크라켄 대출 담보로 묶여 있으며, 만기는 12월이다. 시걸은 이를 두고 “결과가 양극단으로 갈릴 수 있는 ‘이분법적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비트디어(Bitdeer), 마라 홀딩스(MARA)는 부채 상환과 자사주 매입을 위해 비트코인을 매각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컴퓨팅 자원을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고 있다.
이머리 디지털(Empery Digital) 역시 보유량의 절반 가까이를 매도해 부채를 줄이고 주주환원을 진행했다. 스트레티지(Strategy, $MSTR)도 최근 몇 주간 약 3620 BTC를 매도했으며, 달러 유동성 확보를 위한 추가 매각을 승인한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DAT 전략의 출발점인 스트레티지는 여전히 84만 BTC 이상을 보유한 최대 상장사 보유자로 남아 있다. 마이클 세일러 CEO는 “시장 안정을 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일부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전면적인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관련 기업들의 경영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잭 말러스는 트웬티원 캐피털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아담 백의 비트코인 스탠다드 트레저리 컴퍼니(BSTR)는 시장 환경 악화로 합병을 완료하지 못했다.
비트코인 급락은 단순한 자산 가격 조정을 넘어 기업 재무 전략 전반에 재평가를 촉발하고 있다. 공격적 축적에서 유동성 관리로의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DAT 모델이 다시 확장 국면에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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