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금융과 가상자산을 잇는 주요 유동성 공급자가 매각 논의에 나섰다. 일본 SBI홀딩스가 90% 지분을 보유한 B2C2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크립토 시장 재편’ 흐름에 시선이 쏠린다.
런던에 본사를 둔 B2C2는 지난 18개월 동안 복수의 잠재 인수자들과 지분 매각 또는 전면 매각을 두고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 5명에 따르면 거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기업가치’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B2C2 측은 약 10억 달러(약 1조4,663억 원)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부진한 크립토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이 수준의 평가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B2C2는 2015년 설립된 기관 중심의 암호화폐 시장조성자다. 은행, 거래소,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거래를 지원하며, 자체 트레이딩 기술을 통해 현물·파생상품·장외거래(OTC) 전반에 걸쳐 24시간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크립토 시장은 거래량 감소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위험자산 선호 약화 등이 겹치며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시장조성자는 거래 흐름과 유동성 공급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래량 둔화는 곧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업계 전반에서 현물 거래가 감소하면서 다수 기업이 실적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B2C2 매각 논의가 단발성 이슈가 아닌 ‘구조적 변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업계 분석가들은 2026년을 기점으로 크립토 산업에서 인수합병(M&A)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수탁업체, 핀테크 기업, 시장조성자들이 서로의 기능을 흡수하며 ‘통합형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크립토 시장이 점차 제도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SBI홀딩스는 2020년 12월 약 3,000만 달러(약 439억 원)를 투자한 뒤 B2C2 지분 90%를 확보했다. 현재 B2C2의 실적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고 SBI의 암호화폐 사업 부문에 포함된다.
해당 부문은 지난 회계연도 기준 매출 896억 엔(약 8,120억 원), 세전이익 212억 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9% 증가했지만, 이익은 정체 상태다.
SBI는 최근 약 2억8,900만 달러(약 4,236억 원)에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뱅크 인수에도 합의하며, 디지털 자산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시에 B2C2 지분 일부 매각 또는 투자 유치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논의가 단순한 엑시트가 아니라, 자본 효율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B2C2 매각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기관 중심으로 재편되는 크립토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과 가치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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