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보험사의 초장기채 저가매수 공식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이 채권 가격을 낮춰 매수 유인을 키우는 동시에 보험사의 자본비율 부담을 높이는 구조가 맞물린 영향이다.
연합인포맥스는 19일 초장기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사의 저가매수 메커니즘이 다소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고 초장기물 가격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놓였지만 최종 투자자인 보험사의 유의미한 매수세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초장기채는 만기가 긴 만큼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장기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한 보험사에는 평가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핵심은 K-ICS(지급여력) 비율이다. 금융위원회는 1월 13일 자료에서 K-ICS 비율을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설명했다.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K-ICS 체계에서는 금리와 손해율 등 기초 가정 변화가 보험사의 지급여력과 재무구조에 반영된다.
본지는 앞서 금리 상승이 보험사 K-ICS 비율과 재무 건전성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국고채 30년물 가격이 낮아졌지만 뚜렷한 매수 주체가 확인되지 않는 흐름이 이어졌고, 보험사의 매수 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과거에는 보험사의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긴 경우가 많았다. 보험사는 장래 보험금 지급 시점에 맞춰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했고, 국고 30년물 같은 초장기채가 주요 매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수년간 장기채 매입이 이어지면서 일부 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어진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금리 상승은 단순한 매수 기회가 아니라 순자산과 K-ICS 비율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바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ALM이 중요해지다보니 보험사들이 장기채 매입을 엄청 많이 했다”면서 “이로 인해 부채 듀레이션보다 오히려 자산 듀레이션이 더 길어진 회사들이 있는데 이 경우 금리가 올라가면 킥스 비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역전이 일부 보험사의 초장기채 추가 매수를 제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부채 평가 방식도 변수다. 국고 30년 금리가 100bp 오르면 자산 가격은 하락하지만, 보험부채는 같은 폭으로 줄지 않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 1bp는 0.01%포인트다.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계산할 때 시장금리를 따르는 구간과 장기평균·모형을 이용하는 구간이 나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장기채 추가 매수는 금리 위험을 낮추기보다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해지 환급금 부담도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과거 낮은 금리 때 가입한 저축성보험의 해지 가능성이 커질 수 있고, 예상보다 많은 계약자가 해지를 선택하면 보험사는 환급금 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을 팔 가능성이 생긴다.
금융감독원은 6월 19일 2026년 3월 말 기준 보험회사 K-ICS 비율이 경과조치 적용 후 216.1%로 전 분기보다 3.8%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사는 207.7%, 손해보험사는 229.7%였다. 업권 전체 비율은 개선됐지만 초장기채 평가손실이 개별 보험사의 매수 여력에 미치는 영향은 회사별 자산·부채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정경제부는 7월 30일 8월 국고채를 17조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연물별로 30년물은 2조8000억원, 50년물은 8000억원이다. 국고채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10년물, 20년물, 30년물 경과 종목과 5년물 지표 종목 간 3000억원씩 교환도 추진하고, 내년 만기 도래 국고채에 대해 2조원 수준의 바이백을 한 차례 시행하기로 했다.
채권업계에서는 발행 축소만으로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초장기물 발행을 소폭 줄이는 것만으로는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만 확인해줄 뿐인 것 같다”면서 “베팅 측면의 숏 물량도 시장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이 부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장기채 수급은 금리 수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보험사의 저가매수 여력이 약해졌는지, 보유 채권 평가손실과 K-ICS 관리 부담이 실제 매도로 이어질지는 개별 보험사의 듀레이션 구조와 당국의 발행·시장안정 조치에서 확인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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