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대비해 일본 내 원유 저장 물량을 현재의 최대 10배로 늘리는 방안을 요구했다. 한국과도 비슷한 비축 확대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사안을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일본에 자국 원유 저장 물량 확대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두 나라가 일본 내 탱크에 보관하는 물량은 각각 약 800만 배럴 규모로 전해졌다.
소식통 2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관계자들이 한국과도 원유 비축량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걸프 산유국이 아시아 소비국의 저장 시설을 공급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은 산유국과 공동 원유 비축 사업을 운영해 왔다.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2025년 11월 기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에 각각 약 820만 배럴의 계약 용량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 비축은 산유국 기업이 소비국 저장 탱크에 원유를 보관하고, 평시에는 아시아 공급·저장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비상시에는 소비국 정유사가 우선 구매권을 갖는 구조여서 공급 차질 때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
논의의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 원유가 인도양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로, 중동산 장기계약 물량이 이 수로에 크게 의존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하루 207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2025년 상반기 통과량은 하루 2090만 배럴이었다.
본지도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망 불안에 대비해 인도가 전략 석유 비축 시설을 늘리는 움직임을 전했다.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은 이 항로를 거친 원유와 콘덴세이트의 주요 목적지로 꼽힌다.
걸프 산유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파이프라인을 일부 갖고 있다. 다만 해상 수송로 불안이 길어지면 아시아 수요지 가까이에 둔 비축유의 의미가 커진다.
일본과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뉴욕타임스는 일본과 한국이 원유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온다고 전했다.
저장 물량 확대가 곧바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본 내 가용 탱크 용량, 물류 운영, 저장 비용 분담 방식이 남아 있다.
소식통들은 산유국이 요구한 물량이 일본의 가용 저장 탱크 용량을 넘을 수 있고,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외국 석유회사의 저장 물량이 늘어나면 비상시 완충 장치는 커질 수 있지만, 국내 정유사의 상업 재고와 자국 비축 공간은 줄어들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와의 구체적 논의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중동 국가들과 에너지 회복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성명에서 “아시아 시장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해 시장과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쓰야 테라자와(Tatsuya Terazawa)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생산자가 저장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입장에서는 원유 비축 확대 논의가 에너지 안보와 저장 공간 배분 문제를 함께 건드린다. 원유 가격과 해상 물류 비용은 인플레이션과 달러 유동성, 위험자산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논의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디지털자산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데이터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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