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수출이 미국의 항만 봉쇄로 위축됐지만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부담은 원유보다 디젤과 정제마진에서 먼저 커지고 있다. 이란 원유가 글로벌 공급에서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호르무즈해협 통항과 정제유 병목이 가격 판단의 중심으로 옮겨간 흐름에 가깝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국 동부시간 4월 13일 발표에서 이란 항만을 오가는 해상 교통을 봉쇄한다고 밝혔다. 한국시간으로는 4월 14일부터 적용되는 조치다. 다만 비이란 항만을 오가는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항 자유는 막지 않겠다고 했다.
봉쇄 대상은 이란 항만 입출항이지 호르무즈해협 전체의 전면 차단은 아니다. 이 차이가 시장 해석을 갈랐다. 원유 공급이 완전히 끊긴 것이 아니라 특정 항로와 적재 거점에서 병목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밥 맥널리(Bob McNally) 라피단에너지그룹 대표 발언을 전하며 이란 원유 수출이 봉쇄로 사실상 막혔고 카르그섬 수출도 멈췄다고 보도했다. 카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적재 허브로 꼽힌다. 이란 수출 위축 자체는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운항 데이터는 완전한 소멸보다 부분 경색에 가깝다. 케이플러(Kpler)는 7월 23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하루 약 45건에서 13건으로 줄었고, 남은 선박 흐름도 이란 쪽 항로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7월 29일에는 7일 평균이 하루 7건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8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걸프 지역 생산이 7월 하루 2390만 배럴로 늘었지만 전쟁 전보다 하루 830만 배럴 낮았다고 밝혔다. 지역 수출은 하루 210만 배럴 줄어 1500만 배럴이 됐고, 2026년 세계 원유 공급 전망은 하루 1억200만 배럴로 낮아졌다.
이는 이란만의 변수가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홍해, 러시아 정제시설 차질이 함께 작동한 결과다. 원유는 생산·수출·운송·정제 과정을 거쳐 실제 연료 가격으로 이어진다. 특정 단계가 막히면 원유 가격보다 디젤과 항공유 같은 제품 가격이 먼저 반응할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더 가까운 지점도 원유 선물보다 경유 가격이다. 국내 산업과 물류는 경유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정제유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산업용 에너지 비용을 통해 비용 압박이 번질 수 있다.
IEA는 7월 유럽의 정제마진과 제품 크랙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적었다. 크랙은 원유 가격과 정제제품 가격의 차이를 뜻한다. 정유사가 원유를 사서 디젤이나 항공유로 정제할 때 수익성과 제품 부족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하이드로카본프로세싱(Hydrocarbon Processing)은 미국 디젤 크랙이 8월 18일 장중 배럴당 102.20달러(약 14만22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8월 7일 1억710만 배럴로, 이 시기 기준 1996년 이후 최저였다.
유럽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8월 13일 보도에서는 유럽 디젤 화물이 항공유보다 비싸졌고, 유럽 디젤 수입은 1월 하루 197만 배럴에서 7월 156만 배럴로 줄었다. 원유 총량보다 정제제품의 가용 물량이 더 빠르게 타이트해진 셈이다.
이 흐름은 본지가 앞서 다룬 러시아 디젤 수출 감소와 정제유 시장 압박과도 맞물린다. 디젤 시장의 타이트닝은 이란 봉쇄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러시아 정유시설 차질, 중동 제품 수출 둔화, 중국 제품 수출 변화가 동시에 영향을 준다.
호르무즈해협도 같은 맥락이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통항이 70% 줄고 선박 흐름이 이란 경로로 쏠린 상황을 보도했다. 케이플러는 7월 말 통항 회복이 잠시 나타났지만 다시 약해졌고, 브렌트유가 실제 물량보다 협상과 충돌 관련 헤드라인에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수치 해석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미국 측은 호르무즈를 통해 하루 약 900만 배럴이 나간다고 봤지만, 선박 추적 데이터는 이보다 낮은 흐름을 가리켰다. 공식 주장과 운항 데이터가 엇갈리는 만큼 한쪽 수치만으로 공급 정상화나 완전 차단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이란산 원유가 무의미해졌는지가 아니다. 이란 수출 위축은 확인되지만 국제 에너지 시장은 이란 원유 물량 자체보다 호르무즈 통과 가능성, 우회 물량의 한계, 디젤과 항공유 같은 정제품 부족을 더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사용 출처: OilPrice, CENTCOM, IEA, Kpler, Hydrocarbon Proce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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