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0원 이하 선호 관측…국민연금 공조 거론됐다

| 김민준 기자

씨티(Citi)가 한국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 1350원 이하 수준을 선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원 환율이 1390원을 꾸준히 밑돌 경우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 중단과 현물환 달러 매수 재개 여부가 서울외환시장의 수급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진욱(Kim Jin-wook)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20일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1390원 수준을 꾸준히 밑돌 경우 국민연금이 환 헤지 비율 상향을 멈출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하반기에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화 매수를 순차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인포맥스는 전했다. 이는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때 연기금의 외환 운용이 시장 완충 장치로 거론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환헤지는 해외 자산을 보유한 기관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 매도 등 파생거래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 시장에는 달러 매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환헤지 확대를 멈추거나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면 달러-원 환율에는 상방 재료가 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현물환 매수 규모와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한국 외환당국은 달러-원 환율이 1350원 이하로 가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당국과 국민연금이 외환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시 적극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변수는 외환시장 안정 논의의 한 축으로 다뤄져 왔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4월 해외 투자 관련 개선방안을 의결하며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10%에서 15%로 높였다. 전술적 환헤지를 더하면 외화 자산의 최대 20%까지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비중이 커질수록 환율 변동에 더 크게 노출된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해외 자산 평가액은 원화 기준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원화 강세가 진행되면 평가액과 수익률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환헤지 비율 조정은 투자 성과와 외환시장 수급을 동시에 건드리는 사안이다.

서울환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환전 수요는 달러 매수 요인으로,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은 달러 매도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환율이 특정 구간 아래로 내려갈 때 실수요성 달러 매수가 하단을 받칠 수 있다는 시장 의견은 본지도 앞서 달러-원 환율 하단을 실수요 저가 매수가 지지할 수 있다는 시장 의견을 통해 전한 바 있다.

씨티는 반도체 기업의 주주환원도 원화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강화된 주주환원 프로그램이 수출 대금의 원화 환전 비율을 높게 유지시킬 것”이라며 “원화 가치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주주환원 자금이 모두 원화 강세 재료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주환원으로 확보한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경우 전체 주주환원 자금 중 절반가량이 달러화로 환전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출 대금 환전과 배당·자사주 관련 송금 수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 수급과 연기금 운용도 함께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연기금 자금이 7월 이후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한국거래소 집계를 전했다. 다만 거래소 투자자별 매매 동향의 연기금 항목은 국민연금 단독 매매가 아니라 연기금으로 분류되는 전체 거래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특정 환율 수준을 확정 전망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의 대응 조합이다. 씨티가 제시한 조건은 달러-원 환율이 1390원 수준을 꾸준히 밑도는 경우다. 실제 환헤지 중단 여부와 현물환 매수 시점은 국민연금의 운용 판단과 외환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