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이 9월 회사채 발행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채권 발행을 키우면서 장기 국채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6년 AI 관련 부채가 투자등급 채권, 고수익 채권, 레버리지론을 포함해 3220억 달러(약 449조19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7월 하순 기준 관련 부채 규모는 이미 약 5000억 달러(약 697조5000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재무부는 장기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환매 확대 방침을 밝혔다. 조치 직후 시장 불안은 일부 완화됐지만 장기 금리 부담을 낮추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존 브릭스(John Briggs) 나티시스(Natixis)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더 중요한 것은 신호 효과”라며 “시장은 이제 재무부가 어디에 부담을 느끼는지 일부 알게 됐지만 장기 구조적 압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매 규모가 미상환 장기 국채의 3%에 못 미치고 올해 예상 발행량의 30%보다도 작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회사채 공급이다. 9월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몰리는 시기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발행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79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니컬러스 엘프너(Nicholas Elfner) 브레킨리지 캐피털 어드바이저스(Breckinridge Capital Advisors) 리서치 공동대표는 “노동절 이후와 개학철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1차 시장이 전통적으로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기업의 대규모 거래가 늘면서 9월 2000억 달러 발행도 가능하지만, 수급 균형과 국채시장 안정 정도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라우드 설비 투자는 자금 수요의 핵심으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메타(Meta), 오라클(Oracle) 등은 지난해 가을 이후 장기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며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AI 서비스 투자 자금을 마련해 왔다.
JP모건(JPMorgan)은 2026년 초대형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금융 규모가 4000억 달러(약 55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예상치인 3200억 달러(약 446조4000억원)보다 상향된 수치다.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대비 38% 늘었고, 연간으로는 2조1000억 달러(약 2929조5000억원)의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제이 스키바(Andrzej Skiba) RBC 글로벌자산운용(RBC Global Asset Management) 채권 책임자는 현재 AI 관련 채권 공급이 “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AI 회사채가 국채시장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만기와 신용도에 있다. 초대형 기술기업은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일부 발행 주체는 높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어 장기 국채를 대체할 투자 대상으로 비교될 수 있다.
스키바 책임자는 AI 회사채가 보통 만기가 길고 발행 주체의 신용등급이 때로는 미국 연방정부보다 높다며 장기 국채에 대한 대체 효과를 지적했다. 그는 기술기업들이 특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금융이나 칩 담보 금융 같은 장부 밖 조달 구조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는 AI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 구조가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던 앞선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반도체 공급망 투자가 커지면서 시장은 AI 성장성뿐 아니라 현금흐름과 부채 부담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브리지 쿠라나(Brij Khurana)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규모 AI 자본지출이 거시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행크 스미스(Hank Smith) 해버퍼드 트러스트(Haverford Trust) 투자전략 책임자는 장부 밖 금융 구조가 2000년대 중반 은행권 위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재정 부담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는 40조 달러(약 5경5800조원)를 넘어섰고,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은 장기 금리의 구조적 압력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AI 관련 회사채 공급이 늘면 장기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간접 변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달러 유동성, 국채금리, 위험자산 선호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번 AI 부채 발행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가격에 미칠 영향은 금리, 달러, 별도 수급 흐름과 함께 봐야 한다.
9월 회사채 발행이 2000억 달러에 도달할지는 투자자 수요와 국채시장 안정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환매 확대 방침과 AI 관련 회사채 공급이 장기 금리 흐름을 함께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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