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749억2천만달러(약 103조8천억원)로 불어나 집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 안에서는 달러, 금,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23일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0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7월 말 694억4천만달러에서 54억8천만달러 증가했다. 개인 달러예금은 132억2천만달러, 기업 달러예금은 617억달러였다.
환율 하락이 달러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92.6원에 마감했고, 장중 1,384.1원까지 내려가 2025년 9월 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하락 배경으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매입 확대가 거론됐다. 연합뉴스는 20일 보도에서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매입 확대를 들었다.
은행권에서는 개인과 기업 모두 달러예금 잔액이 늘고 달러 매수 환전 거래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 모두 달러예금 잔액이 늘었고, 달러를 매수하는 환전 거래도 증가했다”며 “기업은 반도체 수출 등으로 확보한 달러를 외화예금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해외투자나 자금 조달에 활용할 시점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이 달러를 보유하는 배경은 은행권 해석이다. 확인된 수치는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이 늘었다는 점이다.
금 상품에도 자금이 들어왔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829억6천만원으로 7월 한 달 판매액 300억1천만원의 3배에 가까웠다.
골드뱅킹 잔액도 7월 말 1조7천159억원에서 20일 1조8천107억원으로 증가했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은행 계좌를 통해 금 가격에 연동해 거래하는 상품이다.
로이터(Reuters)는 금값이 달러 약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기대에 지지받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현물 금은 온스당 4,376.02달러였다.
한국은행의 금 관련 투자도 같은 흐름 속에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13일 미국 상장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에스피디알 골드 트러스트(SPDR Gold Trust) 67만9천765주, 2억5천40만달러(약 3천470억원)어치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금 관련 투자는 13년 만이다. 다만 골드바 판매액, 골드뱅킹 잔액, 한국은행의 금 ETF 보유액은 상품과 회계 기준이 달라 숫자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기예금 잔액도 다시 늘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일 기준 998조7천64억원으로 1천조원에 근접했고, 7월 말 984조9천399억원보다 13조7천665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 증가는 은행권 조달비용 부담과도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5대 은행 정기예금 증가가 은행권 수신 경쟁과 조달비용 부담으로 이어진 흐름을 전했다.
반대로 주식형 상품과 대출 수요는 꺾였다. 5대 은행의 ETF 판매액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천634억원으로 7월 2조4천589억원보다 81% 줄었고, 5월 15조3천171억원과 비교하면 97% 가까이 감소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1천8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52억원 줄며 4개월 만에 감소했다. 다만 이번 통계는 5대 은행 기준이어서 인터넷은행, 증권사, 보험사, 외국계 은행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자금 이동으로 확대해 읽기는 어렵다.
같은 시기 주식시장에서는 다른 흐름도 나타났다. 외국인은 20일 국내 주식을 1조7천억원 순매수했고 코스피는 5.89% 오른 6,852.58에 마감했다. 은행권 안에서는 방어적 자금 배치가 강해졌지만, 주식시장 전체 수급은 별도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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