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관찰만기 30년 유예, 보험사 부담으로 돌아왔다

| 이도현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 보험부채의 최종관찰만기 확대 일정을 늦춘 결정이 초장기 금리 상승 국면에서 보험사와 채권시장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투자업계를 인용해 금융위원회가 최종관찰만기 확대 일정을 두 차례 조정한 뒤 최근 초장기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ALM) 부담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규제 시행 시점을 시장 상황에 맞춰 늦춘 결정이 금리 방향이 바뀐 뒤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종관찰만기는 보험사가 부채를 평가할 때 실제 시장금리를 사용하는 가장 긴 만기다. 현행 기준이 20년이면 그 이후 구간은 실제 시장금리보다 추정 할인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만기를 30년으로 늘리면 보험사가 30년 만기 국고채 등 초장기물을 활용해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추는 현실을 부채 평가에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

금융위는 2023년 8월 현행 20년인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처음 발표했다. 보험사가 초장기 국고채를 활용해 ALM을 해온 만큼 보험부채 평가 기준과 실제 투자 구조의 간극을 줄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추진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당국 판단도 달라졌다. 저금리 국면에서는 최종관찰만기를 늘릴수록 보험부채 할인율이 낮아져 보험사의 부채 평가액이 커질 수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2024년 11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재무 영향을 고려해 최종관찰만기를 2025년 23년, 2026년 26년, 2027년 30년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후 보험사 건전성 부담을 이유로 확대 일정은 다시 늦춰졌다. 금융위는 2025년 10월 보도자료에서 최종관찰만기 30년 적용을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6~2027년에는 23년을 유지하고, 2028~2029년에는 24년으로 늘린 뒤 2030년부터 매년 1년씩 확대해 2035년에 30년을 적용하는 일정이다.

금융위는 최종관찰만기를 30년까지 확대하면 보험사 K-ICS 비율이 평균 19.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K-ICS는 보험사의 지급여력과 자본 적정성을 보여주는 핵심 건전성 지표다.

문제는 정책 유예의 전제가 됐던 금리 흐름이 바뀐 점이다. 최근 초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가 보유한 초장기채 가격은 하락하고,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차이도 커졌다. 금리 상승은 통상 채권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장기채 보유 비중이 큰 보험사에는 평가손 부담으로 이어진다.

보험사는 30년물 등 초장기 국고채를 활용해 자산듀레이션을 맞춰 왔다. 반면 최종관찰만기가 23년으로 묶이면 부채 쪽 할인율은 실제 초장기 금리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자산가치는 금리 상승을 따라 줄지만 부채가 같은 속도로 줄지 않으면 자산·부채 불일치가 커진다.

초장기채 수급에도 부담이 생긴다. 보험사는 국내 초장기 국고채의 주요 수요처로 거론돼 왔다. 보험사가 ALM 부담과 평가손을 동시에 의식하면 초장기채 매수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은 국고채 30년물까지는 시장이 활발하다”며 “금감원이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자본적정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미뤄준 상황인데, 고금리가 되니 상황이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현실을 반영하려던 제도 변화가 유예되면서 금리 상승기의 충격 흡수 장치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보험사 한 채권운용역은 “국내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당국에 요청한 대로 정책이 움직이면서 후폭풍이 너무 컸던 것 같다”며 “최종관찰만기를 예정대로 확대했다면 충격이 지금보다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 중에 자산듀레이션이 부채듀레이션보다 길어진 데가 많았다”며 “평가손이 있어도 자산까지 부채와 비슷하게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초장기 구간 금리 상승세를 점검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중동 불확실성 등이 복합 작용하며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며 “우리 채권시장도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재무 건전성 논의는 앞선 시장 흐름과도 이어진다. 본지는 앞서 금리 상승이 보험사 킥스 비율과 재무 건전성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초장기채 보유 부담과 자본 지표 변화가 보험사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제시됐다.

금융위는 듀레이션갭 규제도 병행한다. 2027년부터 경영실태평가에 듀레이션갭 지표를 반영하고, 2025년 6월 말과 9월 말 기준 보험사별 듀레이션갭 현황과 관리 행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종관찰만기 확대 유예는 보험사 건전성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였지만, 금리 방향이 바뀐 뒤에는 초장기채 보유 부담과 ALM 압박을 함께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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