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기관·앱 유통전 갈렸다

| 강이안 기자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첫 발행자 인가 이후 기관 결제형과 리테일 앱 연동형으로 갈라졌다. 앵커포인트 파이낸셜은 에이치케이댑(HKDAP)을 허가 유통사와 기관 결제망에 먼저 올렸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자체 모바일 앱 이용자를 겨냥한 유통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4월 10일 앵커포인트 파이낸셜(Anchorpoint Financial Limited)과 홍콩상하이은행(The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Limited)에 첫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라이선스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앵커포인트는 스탠다드차타드 홍콩(Standard Chartered Hong Kong), HKT, 애니모카브랜즈(Animoca Brands)가 참여한 회사다.

앵커포인트가 먼저 내놓은 상품은 홍콩달러에 1대1로 연동되는 HKDAP다. 앵커포인트는 HKDAP 백서에서 8월 12일을 베타 접근 시작일로 적고, 유통 중인 HKDAP가 홍콩달러 등 허용 통화 표시 준비자산으로 뒷받침된다고 설명했다. 준비자산은 보유자를 위한 신탁 구조로 관리된다는 내용도 백서에 담겼다.

HKDAP는 투자상품보다 결제·정산 도구에 가깝게 설계됐다. 지급, 국경 간 자금 이동, 토큰화 금융상품 결제에 쓰는 구조이며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도 백서상 특징이다.

유통 방식은 HSBC와 다르다. HKDAP는 발행사가 최종 이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허가받은 유통사를 거치는 도매형 구조를 택했다. 해시키(HashKey)와 오에스엘(OSL)이 첫 유통사로 참여했고, 해시키는 HKDAP 발행과 상환 거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초기 이용 대상은 기관, 기업 이용자, 전문투자자다. 활용처는 국경 간 결제, 기관 지급, 토큰화 자산 결제에 맞춰져 있다. 본지는 앞서 HKDAP의 기관 대상 유통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HSBC는 자체 고객 접점을 앞세운다. HSBC는 발표문에서 2026년 하반기 홍콩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고 페이미(PayMe)와 HSBC HK 앱에 연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SBC가 제시한 초기 활용처는 개인 간 송금, 개인과 가맹점 간 결제, 토큰화 투자 가입이다. 다만 토큰화 투자 관련 서비스는 관련 규제 승인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앱 안에서 기존 고객을 바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모델의 차이는 분배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의 문제다. 앵커포인트는 거래소와 금융·결제 파트너를 통한 개방형 유통망을 택했고, HSBC는 은행이 보유한 모바일 접점을 중심으로 닫힌 고객 기반을 활용한다. 기관 결제와 소비자 결제 중 어느 쪽이 먼저 실제 사용량을 만들지가 초기 시장의 관건이다.

시간 축도 다르다. 앵커포인트는 5월 이더리움(ETH) 메인넷 테스트 전송을 거쳐 8월 베타 접근과 기관 유통 단계로 들어갔다. 앞선 보도에서도 HKDAP는 홍콩달러 1대1 상환, 준비자산 신탁 보관, 도매형 분배 모델을 전제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경쟁의 쟁점은 유통망만이 아니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블록섹(BlockSec)은 8월 14일 공개한 HKDAP 스마트계약 리뷰에서 이더리움 메인넷에 배포된 계약의 고객확인(KYC) 철회 로직, 거버넌스 권한, 시간잠금 장치, 역할 분리 문제를 지적했다.

블록섹은 검토 범위를 공개 배포 코드와 온체인에서 관찰 가능한 사실로 한정했다. 준비자산 충족 여부나 오프체인 키 보관에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지적은 준비자산 문제가 아니라 온체인 통제 설계에 대한 문제 제기다.

허가형 스테이블코인에서는 코드와 규제가 함께 검증 대상이 된다. 라이선스는 발행 자격을 부여하지만 실제 이전, 동결, 발행 규칙은 스마트계약에서 실행된다. HKDAP가 기관 결제와 현실세계자산(RWA) 정산으로 쓰이려면 유통사 확대와 함께 온체인 통제 장치의 신뢰도도 설명해야 한다.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시장에도 간접적인 의미가 있다. 홍콩은 아시아 금융 허브를 표방하며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먼저 가동했다. 국내 금융사와 가상자산 사업자도 스테이블코인의 결제·정산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만큼 홍콩의 초기 사례는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유통 경로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구도는 앵커포인트의 기관 결제망 선출시와 HSBC의 리테일 앱 연동 준비다. HSBC는 2026년 하반기 출시 계획을 밝혔고, HKDAP는 베타 접근과 허가 유통사 중심의 기관 단계에 들어갔다. HKDAP 스마트계약을 둘러싼 보안 지적까지 나오면서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발행 인가 확보 이후 유통, 보안, 준법 실행력 경쟁으로 넘어갔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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