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공급망 애로 핫라인에 접수된 건의 가운데 상당수를 실제 조치로 연결하면서, 원유 수입과 공공계약, 의료용 소모품 등 현장 차질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본격화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14일 국무회의에서 공급망 관련 유효 제안 10건 중 7건에 대해 규제 특례 등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기업의 조달 비용과 생산 일정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제기된 애로를 신속히 제도에 반영해 수입과 생산, 유통 과정의 병목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선 정유업계에는 원유를 제때 들여올 수 있도록 세금 납부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기업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세관장 승인을 거쳐 최대 9개월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국석유공사에 여신한도 30억달러를 추가로 설정해 원유 수입 자금 지원도 보강하기로 했다. 이 자금 지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함께 맡는다. 국제 유가와 해상 운송 여건이 흔들릴 때 국내 정유사의 자금 사정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원자재값 급등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공공 계약 지원 조치 방안에 따라 계약 금액 조정 제한 기간을 완화하고, 계약 기간 연장과 지체상금 면제도 허용하기로 했다.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 기존 계약 단가로는 납품이나 공사를 계속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를 그대로 두면 중소 협력업체의 손실이 커지고 공공사업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연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조건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과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품목에 대해서도 별도 대응이 이뤄진다. 주사기와 주사침은 원료를 우선 공급하고, 14일부터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해 시장 불안을 억제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초유분 7개 품목인 에틸렌 등은 지난 8일 공급망안정화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됐고, 앞으로 긴급수급조정조치와 매점매석 금지도 추진된다. 아스팔트는 공정 순연과 발주 시기 조정 등을 통해 수요를 분산 관리하고, 레미콘 혼화제는 시장교란 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사재기와 유통 왜곡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공급 부족이 실제 생산 차질로 번지기 전에 수요와 유통을 함께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고,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에너지 절약 정책과 동행축제, 지방축제를 연계하고 녹색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소비 보완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공급 충격에 대응하는 단기 조치와 내수 방어를 위한 경기 대응책을 함께 가동하겠다는 흐름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국제 정세와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경우, 특정 품목 중심의 긴급 대응에서 금융·세제·수요관리까지 아우르는 보다 종합적인 공급망 안정 정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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