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으로 인준된 케빈 워시가 취임을 앞두고 쿠팡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연준 수장이 개별 기업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없다는 윤리 규정에 맞춰, 이해 상충 가능성을 사전에 정리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보면 워시 차기 의장은 쿠팡아이앤씨의 A형 보통주 10만2천363주를 매각하겠다고 신고했다. 이번에 내놓은 물량은 2021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쿠팡 이사회 활동의 보상으로 네 차례에 걸쳐 받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일정 기간이 지나야 처분할 수 있는 보상용 주식)이다. 신고서 기준 시장 가치는 168만1천998달러, 우리 돈 약 25억2천만원 수준이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투자 판단이라기보다 공직 취임에 따른 자산 정리 성격이 짙다. 연준 윤리 규정은 의장과 이사가 특정 기업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은행 수장의 결정은 금리, 금융시장, 기업 자금조달 환경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적 이해관계가 정책 판단에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워시 차기 의장이 보유한 쿠팡 주식은 모두 45만9천여주여서, 이번에 신고한 물량은 전체의 약 22.3%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한 번에 전량을 처분하기보다 나눠 파는 방식이 선택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주식 매각은 해당 종목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 거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분할 매각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남은 지분에 대해서도 추가 매각 신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워시 차기 의장은 2019년 10월부터 쿠팡 이사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13일 연준 의장으로 상원 인준을 받은 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쿠팡도 공시를 통해 그의 사임이 연준 의장 취임에 따른 것이며 회사 운영이나 정책을 둘러싼 이견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워시는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가문의 상속자인 로널드 로더의 사위로도 알려져 있으며, 역대 연준 의장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자산가로 평가된다. 지난 4월 공개된 재산신고에 따르면 그와 배우자의 공동 보유 자산은 최소 2억달러, 약 3천억원에 이른다. 이런 배경까지 감안하면 이번 자산 정리는 새 연준 의장 체제의 윤리 기준과 독립성을 시장에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남은 쿠팡 지분의 추가 처분 여부와 함께, 고위 공직자의 이해 상충 관리가 얼마나 엄격하게 이행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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