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외환·유동성·자본 건전성 관리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조달 비용과 시장 변동성이 함께 커질 수 있어, 은행권은 비상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기업 지원책도 일부 확대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 외환시장 흐름과 그룹 전체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핵심은 환율 급변이 시장 리스크와 자본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로 번지는 상황을 막는 데 있다. KB금융은 투자 손익을 제외한 외화 환산 손익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어 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 노출도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행의 대표적인 자본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자산별 위험도를 반영한 자산 규모) 관리도 계속하고 있다.
기업 지원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운영해온 고환율 관련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지원 대상도 넓히기로 했다. 수입 신용장 등 무역금융 관련 금리를 최장 1년까지 본부 승인으로 인하할 수 있도록 하고, 적용 대상은 한도 금액 기준 700만달러 이용 고객에서 1천만달러 이용 고객으로 확대한다. 환율 급등은 수입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달러 결제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은행권이 금리와 한도 측면에서 숨통을 틔워주려는 성격이 강하다.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9일 리스크관리그룹장 주관으로 위기관리협의회를 열어 주가와 환율 등 주요 시장 지표를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위기 수준은 '주의' 단계지만, 상황이 '경계'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영진이 참여하는 위기관리위원회로 회의체를 격상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4일 그룹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 주재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열고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현황을 점검했으며, 환율과 금리 상승 흐름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적인 자산 운용 기조와 강화된 유동성 관리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현장 대응 체계를 촘촘히 가져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환율 수준별 대응 방안을 담은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지난 3월부터 위기대응협의회를 상시 운영해왔다. 향후 환율이 1,600원을 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사전 준비한 방안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NH농협은행 역시 환율과 시장금리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고, 외화 자금 유출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등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환율 불안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심을 반영하며, 앞으로도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와 기업 지원이 함께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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