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식 할부거래업계의 선수금 규모가 2026년 3월 말 기준 11조원을 넘어서며 시장이 한 단계 더 커졌다. 상조 서비스와 여행 상품처럼 소비자가 먼저 돈을 나눠 내고 나중에 서비스를 받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가입자 수까지 1천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등록된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 76곳의 선수금은 11조3천54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조196억원 늘어난 수치다. 계약자 수 역시 171만명 증가한 1천131만명으로 집계됐다. 선불식 할부거래는 장례, 웨딩, 크루즈 여행 같은 상품 대금을 장기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어서, 경기와 고령화, 생활서비스 수요 변화에 따라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특징이 있다.
업종별로 보면 상조 중심 재편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 여행상품만 취급하는 업체는 6곳으로 2곳 줄었고, 여행 전용 상품과 상조 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업체도 10곳으로 2곳 감소했다. 반면 상조 상품만 판매하는 업체는 60곳으로 4곳 늘었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례 지원이나 생애주기형 서비스처럼 필요 시점이 비교적 분명한 상조 상품에 더 안정적인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시장이 커질수록 함께 커지는 문제는 소비자 돈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느냐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훨씬 전에 소비자에게서 선수금을 받는 구조여서, 업체 경영이 흔들리면 피해가 바로 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할부거래법과 시행령은 업체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 같은 피해보상 보험 기관을 통해 보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업체가 문을 닫거나 계약 이행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셈이다.
다만 관리 필요성도 여전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할부거래법을 위반해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11곳이다. 공정위는 업계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할부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조업체의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행위를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선수금이 회사 안팎으로 부적절하게 흘러들어 가는 이른바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소비자 보호 규제도 한층 세밀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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