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은행 경쟁력 높일 규제 완화 추진…미국과 격차 줄일까

| 토큰포스트

유럽연합이 역내 은행그룹의 자본과 유동성 운용을 더 유연하게 허용하는 방향의 개혁안을 준비하면서, 미국 대형 은행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럽 은행권의 경쟁력 회복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다음 달 공개될 예정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은행 경쟁력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규제 강화로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과 복원력은 높아졌지만, 국가별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정작 시장 전체의 효율성과 수익성은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은행들은 그동안 감독당국과 정리당국, 각국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조건이 서로 중복되면서 실제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고 주장해 왔다.

집행위원회는 특히 유럽 은행의 구조적 약점으로 세 가지를 짚었다. 유럽연합 은행 단일시장이 국가별로 잘게 나뉘어 있는 점, 국제 규제를 유럽의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는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각 회원국 자회사별로 따로 맞추기보다 모회사 차원에서 충족할 수 있도록 은행 감독당국에 권한을 주는 방안이 담겼다. 쉽게 말해 여러 나라에 자회사를 둔 대형 은행그룹이 돈과 유동성 자산을 그룹 전체 기준으로 더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 구상은 유럽중앙은행이 오래전부터 밀어온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국가별 규제로 인해 자본 2천250억 유로, 유동성 2천500억 유로가 사실상 묶여 있다고 추산한다. 다만 이 방안이 시행되면 모회사가 필요할 때 자회사에 자원을 이전해야 하는 법적 의무도 함께 따라붙는다. 그만큼 자금 이동은 쉬워지지만, 반대로 본사가 있는 나라와 자회사가 있는 나라 사이에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현지에서는 자회사에 쌓여 있는 자본과 유동성이 위기 때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혁안은 단순히 자금 이동 규칙만 손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집행위원회는 완충자본(손실 발생에 대비해 추가로 쌓아두는 자본)의 종류를 줄이고 설계 방식을 손질해 자본 규정을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바젤Ⅲ 규정의 일부가 신용등급이 없는 기업이나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대출 비용을 불필요하게 높이고 있는지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여기에 예금보험 제도 구조 개편과 투자회사 자본요건 재검토도 포함됐다. 특히 예금보험 체계는 회원국 사이의 위험을 어디까지 공동으로 나눌지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제도 손질 과정에서 정치적 논쟁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럽연합의 이번 시도는 은행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파편화된 규제를 정비해 자금 중개 기능을 되살리려는 균형 찾기로 볼 수 있다. 다만 업계가 기대해 온 전면적 자본규제 완화와는 거리가 있어 실제 효과는 세부 제도 설계와 회원국 간 합의 수준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유럽 금융시장의 통합 속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는 동시에, 유럽 은행들이 미국 경쟁사와의 수익성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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