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최근 외환시장에 함께 개입해 엔화 약세를 되돌리려 했지만, 시장은 이를 일시적 처방으로 보고 있어 엔화 강세가 오래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당국은 지난 사흘 동안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했고, 그 결과 달러당 164엔까지 밀렸던 엔화 가치는 157엔 수준까지 회복됐다. 164엔은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이어서 일본으로서는 부담이 큰 구간이었다. 일본 재무장관도 앞으로 필요하면 미국과의 공동 개입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효과가 있어도, 통화의 방향 자체를 바꾸려면 금리와 경기 여건 같은 더 근본적인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시장의 기본 인식이다.
핵심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있다.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오랜 디플레이션(물가가 장기간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는 현상) 경험 때문에 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일본보다 단기 금리가 약 2.5%포인트 높고, 8월 4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확률이 64.7%로 반영돼 있다. 금리가 높은 통화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외환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서, 이런 금리 차가 유지되면 투자자들이 엔화보다 달러화 등 고금리 통화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정책 조합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지금도 매달 약 2조5천억엔, 달러 기준으로는 약 160억달러 규모의 일본 국채를 사들이며 장기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쪽에서는 낮은 금리를 유지해 엔화 약세를 부르는 정책을 펴고, 다른 한쪽에서는 엔화 강세를 유도하려고 시장에 개입하는 셈이라는 뜻이다. UBS도 일본은행이 점진적 정상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실질 금리(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리)는 마이너스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면서, 엔화가 자체 체력보다 정부 개입 가능성에 더 의존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재정지출 확대 구상도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엔화에는 우호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동 개입 방식 자체가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룩스 연구원은 미국 당국이 달러화 대신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매입한 점을 문제로 봤다. 시장 입장에서는 미국이 왜 직접 달러로 엔화를 사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이런 점이 오히려 개입의 신호 효과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보다 구조적인 해법으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일부라도 국내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이는 일회성 개입보다 장기적으로 엔화 수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미일 공조는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의미가 있었지만, 엔화의 방향을 바꾸려면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 해외 자금의 흐름, 미국의 통화정책까지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일본이 개입을 반복하더라도 통화정책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엔화가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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