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중심 국제통화질서를 약화하기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잭슨홀 연례회의에서 제기됐다. 결제 비용을 낮추는 기술 혁신이 신흥시장 기업의 달러 차입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코넬대 교수는 고든 랴오(Gordon Liao), 토니 장(Tony Zhang)과 함께 쓴 논문 ‘금융 혁신과 국제통화체제’를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글로벌 중앙은행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회의 의제를 ‘금융 혁신이 결제와 정책에 미치는 영향’으로 잡고 해당 논문 발표와 토론을 배치했다.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은 주요 중앙은행 관계자와 경제학자들이 통화정책과 금융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공식 의제에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이 포함되면서 디지털자산이 지급결제와 통화정책 논의 안으로 들어온 변화가 부각됐다.
논문은 달러의 외환보유액 비중이 2000년 72%에서 2026년 1분기 57%로 낮아졌다고 짚었다. 다만 국경 간 결제와 외환거래, 국제 채권 조달에서 달러의 상대적 우위는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준비자산 비중만 보면 달러의 힘이 약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 자금조달과 결제 네트워크에서는 달러 사용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다. 논문 모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같은 결제 혁신이 달러 결제자산 접근 비용을 낮출 경우 신흥시장 기업을 달러 부채시장으로 더 유인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준 보정 결과에서 신흥시장 기업의 달러 조달 비율은 스테이블코인이 없을 때 36%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있을 때 88%로 올라갔다. 논문은 이 수치를 실제 시장 전망이 아니라 모델상 예시 결과로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대1에 가깝게 움직이도록 설계돼 거래소 결제, 온체인 송금, 담보 운용 등에 쓰인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직접 연결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거래소에서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의 주요 결제 단위로 쓰이며, 국내 투자자도 해외 거래소 이용 과정에서 이 구조와 맞닿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거래 편의 수단을 넘어 달러 유동성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논점이 중앙은행 회의에서 다뤄진 셈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가 암호화폐 내부 이슈를 넘어 국제통화체제 논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논문은 장점만 보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이 국제통화체제의 2차 시장을 더 잘게 나누고 유동성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서린 맨(Catherine L. Mann) 영국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외부위원은 토론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전달을 약화하고 미국 통화정책의 대외 파급을 키우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제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달러 유동성 충격이 다른 시장으로 번지는 경로도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6년 5월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을 약 3200억 달러(약 442조원)로 제시했고,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이 달러에 연동돼 있다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스테이블코인 3200억 달러 규모가 잭슨홀 의제로 다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논문은 이 같은 시장 구조가 커질수록 달러 결제망의 네트워크 효과도 함께 강해질 수 있다는 문제를 학술 모델로 다뤘다. 결제 속도와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인지, 달러 의존과 금융 취약성을 키우는 통로인지는 정책 논쟁의 영역에 남아 있다.
논문이 제시한 36%와 88%의 차이는 시장 전망치가 아니라 모델 결과다. 실제 국제 자금조달과 각국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추가 검증과 정책 논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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