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2’ 밤샘 구매 행렬…닌텐도, 팬심에 불 지폈다

| 김민준 기자

닌텐도가 새로운 콘솔 ‘스위치 2’ 출시에 맞춰 늦은 밤 현장 판매 행사를 부활시키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2017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대 이상이 팔린 기존 스위치의 뒤를 잇는 차세대 기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에 새로 문을 연 닌텐도 스토어에서는 ‘스위치 2’ 밤샘 판매 행사가 진행됐고, 오랜만에 팬들이 줄을 서며 발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판매가 500달러(약 72만 원)인 ‘스위치 2’를 구매하기 위해 가장 먼저 줄을 선 사람은 15세 소년 딘이었다. 그는 아침 7시부터 줄을 서며 약 14시간을 기다린 끝에 첫 번째 구매자로 콘솔을 손에 넣었다. 마리오 카트 월드 번들이 빠진 일반 버전 기준으로도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딘은 주변 액세서리와 게임까지 포함해 1000달러(약 144만 원) 이상을 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데번 프리차드 부사장과 빌 트리넨 등의 직원들이 직접 콘솔을 전달하며 팬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까다로운 공급망 상황 속에서도 닌텐도는 이번 출시 행사를 통해 팬들과 직접 만나는 ‘경험의 장’을 마련했다. 뉴욕에 이어 이번 샌프란시스코 점은 미국 내 두 번째로 문을 연 오프라인 닌텐도 스토어로, 매장 내에는 마리오, 젤다, 포켓몬, 스플래툰, 피크민 등 히트작 세계관에 맞춘 전시와 한정 상품이 배치돼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매장 곳곳에 숨겨진 12개의 피크민 조형물이나 지역 한정 티셔츠는 현장을 찾은 이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행사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조됐다. 늦은 밤까지도 캐릭터 복장을 한 방문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일부 팬들은 매장에서 ‘스위치 2’의 대표 게임인 마리오 카트 월드를 직접 시연했다. 영화 ‘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글로벌 흥행 수익이 14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를 넘긴 가운데, 닌텐도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는 게임 기기뿐 아니라 영화, 소매 유통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비록 과거에 비해 실물 게임기 구매 행사는 드물어졌고, 전체 게임 매출의 95% 이상이 디지털 유통을 통해 발생하고 있는 시대지만, 이날 야간 런칭 행사는 팬들로 하여금 닌텐도 특유의 공동체적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으로 매장을 떠나는 딘이 콘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자 직원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낸 장면은, 새로운 세대와 과거 향수가 교차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