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인력은 최근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정작 시장의 확장 속도는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수와 거래지원 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던 시기에 맞춰 거래소들이 조직을 키웠지만, 최근에는 신규 자금 유입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양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의 임직원 수는 2021년 말 682명에서 2025년 말 1천334명으로 증가했다. 업비트는 같은 기간 370명에서 696명으로, 빗썸은 312명에서 638명으로 각각 늘었다. 특히 빗썸은 인력 규모 면에서 업비트를 거의 따라잡았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급팽창하던 시기에 거래소들이 고객 응대, 전산 안정성, 상장 자산 관리, 내부통제와 같은 필수 기능을 강화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이용자 기반도 그동안 크게 커졌다.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KYC·거래소가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치고 실제 거래가 가능한 이용자 수는 2021년 말 558만명에서 2025년 말 1천113만명으로 약 두 배가 됐다. 다만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거래가능 이용자 증가율은 2024년 상반기 21%, 하반기 25%, 2025년 상반기 11%를 기록했지만, 2025년 하반기에는 3%로 급격히 떨어졌다. 시장 외형은 커졌지만 새로운 투자자가 꾸준히 들어오던 국면은 사실상 힘이 약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부진해진 가상자산 시황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2024년 상반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하반기 트럼프 랠리로 투자 수요가 한 차례 몰렸지만, 2025년 10월 급락 이후 시장이 빠르게 식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과 미국 증시, 금, 원자재 등 다른 자산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가상자산이 기대만큼 수익 기회를 보여주지 못하는 동안, 비교 대상이 되는 전통 금융시장 쪽 매력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국내 거래소의 사업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도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제도 아래에서는 원화 거래소가 사실상 현물 거래 중심 서비스에 머물러 있어, 투자자들이 더 다양한 거래 방식을 원할 경우 해외 거래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줄이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로 옮겨 레버리지 거래를 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본다. 결국 국내 거래소가 새로운 고객을 더 끌어들이려면 규제 변화에 따라 서비스 종류를 넓히거나 법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제도 개선 속도와 글로벌 자산시장 분위기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국내 거래소의 성장세도 단순 인력 확대보다 사업 모델 다변화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