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日 명작 ‘밀라노’, 글로벌 이식…레트로 감성 재조명

| 김민준 기자

레트로 게임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는 임플리싯 컨버전스(Implicit Conversions)가 일본에서만 출시됐던 명작 ‘밀라노의 아르바이트 모음집(Milano’s Odd Job Collection)’을 최신 플랫폼으로 이식했다. 원작은 1999년 일본에서 플레이스테이션1(PS1) 전용으로 출시된 후 오랜 시간 잊혀졌으나, 이번 이식을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4·5와 닌텐도 스위치, 엑스박스 시리즈 X|S, PC까지 전 세계 게이머들이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임플리싯 컨버전스는 소스 코드 없이 오리지널 게임을 이식할 수 있는 자체 기술 '시럽 엔진(Syrup Engine)'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엔진은 고전 게임의 정체성과 감성을 보존하면서도, 와이드스크린 지원, 저장/복원 기능, 트로피 및 업적 시스템, 풀 로컬라이제이션 등 현대 컨텐츠로서 요구되는 기능들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밀라노의 이식 버전은 영어 음성 및 자막을 포함한 전체 번역을 적용한 최초의 글로벌 버전이며, 아기자기한 픽셀 그래픽과 다양한 반복 플레이 코어로 구성되어 게임의 매력을 한층 강조했다.

게임의 배경은 여름방학 동안 삼촌의 도시에 머물게 된 11세 소녀 '밀라노'가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피자 배달, 간호 업무, 공중에서 젖을 짜는 소 모으기 등 기발하면서도 따스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게임이 처음 공개된 것은 2025년 ‘홀섬 다이렉트(Wholesome Direct)’ 게임쇼를 통해서로, 그 독특한 느낌과 향수를 자극하는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현재 게임 업계는 신작 개발보다 과거 명작을 재조명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PS1 시대 명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 같은 복원엔 임플리싯 컨버전스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소스 코드 없이 높은 품질의 이식이 가능한 ‘팬케이크(Pancake)’ 고유 에뮬레이터와 HLE(High Level Emulation) 기법을 활용해, 게임 디스크만으로도 기능 재현과 최적화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또한, 스위치와 같이 성능 제약이 있는 플랫폼에서도 원활한 작동을 위한 AOT(Ahead of Time) 컴파일 기능을 적용, 프레임 속도 최적화를 구현했다. 이처럼 임플리싯 컨버전스는 단순한 복각이 아닌 기술적 진보와 유저 경험의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플리싯 컨버전스의 CEO 빌 리트샤워(Bill Litshauer)는 “밀라노는 레트로 감성과 현대 기술이 아름답게 조화된 대표 사례”라며 “이 작품을 통해 오래된 일본 게임이 새로운 세계 시장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임플리싯 컨버전스는 초기 소규모 팀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14명의 전문 엔지니어들이 전 세계 퍼블리셔와 협업하며 100종이 넘는 고전 명작을 재탄생시켜 왔다. XSEED게임즈, 리미티드 런 게임즈, 디지털 이클립스 등 주요 파트너를 확보하며, 이들이 보유한 백 카탈로그를 새로운 수익 자산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번 밀라노의 글로벌 출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더 많은 일본 내수용 타이틀들의 세계 진출이 기대된다. 고전 게임의 복원과 보존이라는 사명 아래, 임플리싯 컨버전스의 기술과 전략은 전 세계 향수를 자극하는 게이머들에게 다시 한 번 과거의 명작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