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테이블코인 시대, ‘수수료 주권’ 없는 국가는 뒤처진다

| 토큰포스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1위 기업 테더(Tether)가 자체 블록체인 ‘플라즈마(Plasma)’와 ‘스테이블(Stable)’을 잇달아 출범시켰다. 전 세계에서 매일 수백억 달러 규모로 유통되는 USDT를 더 이상 이더리움이나 트론 같은 외부 퍼블릭 체인에 의존하지 않고, 수수료와 청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블록체인 생태계가 ‘사용자 주도’였다면, 테더는 이제 ‘청산 주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한국이다. 디지털 자산 제도화와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무르익는 지금, 우리는 ‘어떤 체인을 쓸 것이냐’ 이전에 ‘누가 수수료를 가져가는가’를 물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기술 선택과 규제 여부에만 매몰됐다. 그러나 테더는 수수료 구조와 청산 인프라 자체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지점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의 일종’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은행을 대체하는 인프라다. 테더가 구축하고 있는 생태계를 보면, USDT는 결제 수단을 넘어 정산 통화가 되었고, 자체 블록체인을 통해 금융기관과 무역회사, 나아가 국가 단위의 상거래까지 흡수하고 있다. 은행이 담당하던 결제·송금·청산 기능을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실시간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테더가 이제 소매 결제(Plasma), 기업 결제(Stable), 로컬화 결제(미국 내 전용 스테이블코인)까지 총 3가지 체인을 통해 ‘수수료 관문’을 완전히 자신들의 손에 쥐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체인을 만든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흐름의 ‘출입국 관리소’를 테더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테더의 수익 구조는 이미 전통 금융을 능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테더는 약 130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미국 국채 이자와 비트코인 및 금 등의 평가차익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자체 블록체인을 통한 수수료 회수 구조가 더해지면, 연 수익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Plasma와 Stable의 출범으로 향후 수억~수십억 달러 규모의 온체인 수익이 테더 생태계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더 이상 방관자일 수 없다. 자국 내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발행 구조와 체인 선택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수수료와 청산 주권이 국내에 귀속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수조 원에 달하는 온체인 수익이 해외로 이전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국가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MiCA(미카) 법안 시행에 들어갔다. 반면 한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여전히 모호하고, 정책적 로드맵도 분명하지 않다. 금융 당국은 “금융의 탈중앙화”가 아니라 “청산의 주권화”라는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테더는 이제 하나의 코인을 발행하는 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달러의 청산 인프라 전체를 장악하려는 새로운 질서의 중심에 서 있다. 만약 한국이 이 변화의 본질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기술은 도입했지만 권한은 갖지 못한 채, 세계 디지털 금융질서의 변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 대가는 상상보다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