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은 사우디·쿠웨이트 등 9개국에 보복 공습을 퍼부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위기에 놓였고, 국제 유가가 치솟았다.
3일 코스피는 외국인이 3조7700억원을 쏟아내며 장중 6000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 -4%, SK하이닉스 -5%, 기아 -8%.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줄줄이 파란불을 켰다. 뉴욕증시도 이란 공습 직후 1%대 급락으로 출발했고, 일본 닛케이 -1.35%, 홍콩 항셍 -2%대. 아시아 증시 전체가 '중동발 쇼크'에 흔들렸다.
그런데 비트코인만 올랐다.
공습이 시작된 토요일, 비트코인은 한때 6만30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주말, 투자자들의 공포가 24시간 열려 있는 암호화폐 시장으로 쏟아진 결과였다. 그러나 하메네이 사망이 확인되자 흐름이 뒤집혔다. 불과 수 시간 만에 6만8000달러를 탈환했고, 3일 현재 6만90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전통적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은 온스당 533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월에 찍은 사상 최고가(5595달러)에서 상당 폭 밀려난 것이다.
폭탄이 떨어지는데 비트코인이 오르고 금이 주춤하다. 이 기묘한 역전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습 직후 700%"… 이란 국민이 선택한 탈출구
이번 사태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이란 내부에서 벌어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에 따르면 첫 번째 공습이 시작되자,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에서 자금 유출량이 700% 폭증했다. 11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이 거래소는 2025년 한 해에만 72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처리했다. 폭격이 시작되고 수 분 만에, 이란 국민들은 은행이 아닌 블록체인으로 돈을 옮겼다.
왜 비트코인이었을까. 답은 단순하다. 은행은 문을 닫을 수 있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닫히지 않는다.
공습으로 은행 전산망이 마비되든, 정부가 자본이동을 통제하든, 비트코인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 하메네이 정권 아래에서 30년 넘게 제재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온 이란 국민들에게, 이번 전쟁은 '국가가 빼앗을 수 없는 자산'이 왜 필요한지를 몸으로 증명한 셈이다.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탈중앙화, 몰수 불가능, 24시간 작동. 쿠바에서 이란까지, 정부가 만든 화폐가 휴지가 되는 나라에서 비트코인은 이미 '생존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금은 왜 못 올랐나… 귀금속 시장에 드리운 '세대교체' 그림자
통상적으로 전쟁이 터지면 금이 급등하는 것이 교과서적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금값은 80% 넘게 치솟았고, 올해 1월 온스당 5595달러라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연준(Fed) 독립성 훼손 우려, 미국 국가부채 38조 달러 돌파 등이 복합적으로 금 수요를 밀어올린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이란 사태에서 금은 기대만큼의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줄리어스 베어의 마크 매튜스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이미 포물선형 급등을 거친 뒤라 차익실현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1월 고점을 찍은 뒤 이미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전쟁 프리미엄이 예상보다 제한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브라질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머카도 비트코인의 로니 수스터 리서치 헤드는 더 구조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금 대비 비트코인의 가격 비율은 지난해 1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했으나, 올해 2~3월을 저점으로 반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전통 안전자산인 금과, 신흥 디지털 안전자산인 비트코인 사이의 '세대교체'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JP모건은 올해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6300달러(현재 대비 약 30% 상승)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강세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금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위기 때 금"이라는 30년 공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12만6000달러에서 6만3000달러로… 아직 '10대'인 비트코인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론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이후 약 19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올해 6만3000달러까지 약 50% 폭락했다. 이번 이란 공습 때도 3억 달러의 롱 포지션이 한꺼번에 강제 청산됐다.
비트코인을 '10대 청소년(teenager) 화폐'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탈중앙화·몰수불가라는 강력한 속성을 갖추고 있지만, 기축통화가 제공하는 유동성과 시장 깊이, 네트워크 효과에는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루 10% 폭락이 레버리지 투자자의 자본 30%를 증발시킬 수 있고, 마진콜과 강제 청산의 연쇄 반응은 장기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개인 투자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비트코인의 채택 속도는 대부분의 전문가 예측을 훨씬 앞질렀다. 블랙록(BlackRock)·피델리티(Fidelity) 같은 월가의 거물들이 비트코인 ETF를 운용하고,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투자회사 같은 국부펀드까지 비트코인 ETF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최근 5주간 순유출 행진을 끊고 3거래일 연속 10억 달러 이상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전 세계 수십 개국의 법정화폐는 비트코인보다 변동성이 크고, 가치 저장·결제·가치 척도라는 화폐의 세 가지 기본 조건을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발행해야 화폐'라는 통념은 정치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번 전쟁이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 던지는 세 가지 교훈
오늘 코스피가 6000선 아래로 밀리는 것을 지켜본 한국 투자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팽창하고,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감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시대다. 여기에 전쟁까지 터지면 어떤 나라의 은행 시스템도 하루아침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현실로 드러났다.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금 같은 전통 자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자산이다. 핵심 투자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극심한 변동성을 가진 자산에 절대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말 것. 하루 만에 자본의 30%가 증발하는 시장에서 빚을 내 베팅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둘째, 극단적 하락 시나리오를 전제로 포지션 규모를 설정할 것. 12만6000달러에서 6만3000달러로 반 토막 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셋째, 전쟁이든 ETF 자금 유출이든, 단기 조정이 비트코인의 장기 채택 추세를 뒤집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
비트코인은 아직 젊다. 하지만 테헤란에 폭탄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네트워크는 단 1초도 멈추지 않았다. 정부가 화폐의 가치를 계속 갉아먹고, 전쟁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한, '국가가 빼앗을 수 없는 돈'을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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