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과 원유 91%는 아시아행…미국은 남의 일, 한국은 직격탄

| 권성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충격은 전 세계에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 데이터는 명확하다. 타격은 아시아가 받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다.

하루 2,000만 배럴이 막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정제 제품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이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가장 좁고 중요한 이 수로는 폭 21마일, 실제 항로 폭은 방향별 불과 2마일에 불과하다.

이란의 상선 공격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통과 선박 수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추락했다. 해양 데이터 플랫폼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20척에 그쳤다. 전쟁 전 매달 수천 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봉쇄 상태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다.

원유의 91%는 아시아로 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탱커 추적 데이터(2025년 상반기 기준)를 보면,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의 무려 91%가 아시아로 향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7%로 최대 수입국이었고, 인도 14%, 일본과 한국이 각각 12%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들이 16%를 나눠 가졌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각각 3%, 4%에 불과했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 군사적으로는 깊숙이 개입하면서도 경제적 타격은 제한적인 배경이 여기에 있다.

수출국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38%), 이라크(22%), 아랍에미리트(14%) 순으로 집계됐다. 정작 봉쇄를 주도하는 이란이 수출하는 물량은 11%에 그쳤다.

2024년 세계 최대 에너지 구매국 및 걸프만 수입 비중

LNG는 대안 경로 자체가 없다

원유보다 더 심각한 것은 LNG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이 물량의 93%는 카타르에서 나온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출국이다.

아시아는 이 LNG 흐름의 90%를 받아갔다. 특히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은 자국 LNG 수입량의 3분의 2 가까이를 호르무즈 경유 물량에 의존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이란 원유·가스 수출의 96%가 파키스탄行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봉쇄의 아이러니한 피해자가 됐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카타르 LNG에는 우회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최대 500~700만 배럴을 홍해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최대치로 가동 중이고 2,000만 배럴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의 우회 파이프라인 용량도 하루 150만 배럴에 불과하다. 호르무즈는 사실상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다.

한국, 중동 의존도 55%

국가별 걸프만 에너지 의존도를 보면 한국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석유·가스 수입에서 걸프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55%다. 일본은 57%, 인도는 50%, 대만은 40%, 중국은 35%다.

파키스탄은 이 수치가 81%를 넘어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아프리카에서도 모리타니(76%), 우간다(61%), 케냐(55%) 등이 걸프 에너지에 절반 이상을 의존한다. 유럽에서는 그리스(35%), 리투아니아(32%), 폴란드(30%)가 상대적으로 높은 의존도를 보인다.

반면 미국의 걸프 에너지 수입 비중은 10%, 캐나다는 5%에 그친다.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 미국과, 중동 물량을 주식처럼 의존해온 아시아 제조 강국들 사이의 구조적 격차가 이번 위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 협상은 진행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으면 카르크 섬 원유 인프라와 이란 내 발전소·유전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공격 시한은 이란과의 협상을 이유로 4월 6일로 연기된 상태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미국이 아닌 아시아에 집중된다. 에너지 안보의 지정학적 불균형이 이번 위기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