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제도를 없애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자 5만명을 넘기면서, 국회가 가상자산 과세의 타당성과 준비 수준을 공식적으로 따져보게 됐다.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3일 올라온 ‘가상자산 과세폐지에 관한 청원’은 등록 8일 만인 이날 오전 11시 23분께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뒤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성립 요건을 충족하며, 이후 소관 상임위원회로 자동 회부돼 국회 차원의 논의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청원은 시행을 앞둔 세제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과 제도 보완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청원인은 주식 같은 전통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과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가상자산에만 별도 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 구조도 복잡한 편인데, 투자자 보호 장치와 과세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과세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시장 제도와 보호 체계가 정비된 뒤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청원의 핵심 취지로 읽힌다.
현행 계획대로라면 2027년 1월부터가 아니라 2026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생긴 소득에 세금이 매겨진다. 공제액 25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22% 세율이 적용되며, 여기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수치가 반영돼 있다. 문제는 가상자산 소득이 양도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 등 일부 금융투자 상품과 달리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이익과 상계하는 이월결손금 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한 해 크게 손실을 보고 다음 해 일부 수익을 내더라도 세 부담 조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어서, 과세 형평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가상자산 과세는 원래 2022년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과세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과 금융투자소득세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금까지 세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 논의는 단순히 과세를 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자산과 어느 수준까지 비슷하게 다룰 것인지, 또 투자자 보호와 세금 부과 체계를 어떤 순서로 정비할 것인지로 논점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점의 재조정이나 세부 기준 손질, 나아가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정책 재설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