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의도에서 목격한 두 개의 금융 프레임

| 권성민

오늘 여의도 한 오성급 호텔 행사장에서, 말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은행, 네오뱅크(Neobank)를 주제로 한 행사였다. 결제하면 이틀 걸리는 것을 수 초로 줄이고, 해외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발표는 구체적이었고, 진지했다. 그런데 같은 원형 테이블 옆자리에 이름표도 없이 조용히 앉아 발표를 듣고만 있던 대형 은행 본부장이 발표들이 끝날 무렵에야 입을 열었다.

"솔직히 아직은 너무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도, 규제적으로도 불확실한 게 많고. 굳이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이 됩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금융을 해온 사람의 언어는 리스크이고 실행 가능성이다. 불확실한 것 앞에서 속도를 늦추는 것은 금융인의 본능이자 의무다. 그 신중함이 시스템을 지켜왔다. 그러나 그 언어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포착하는 데 적합한가. 나는 그 점이 걸렸다.

오늘 발표자는 이렇게 물었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거의 무료로 움직인다. 그런데 왜 돈은 여전히 느리고 비싸게 움직이는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금융 시스템의 민낯을 찌르는 질문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도 실시간으로 공짜로 간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돈 10만 원을 보내려면 하루 이상 기다려야 하고, 수수료로 몇 퍼센트가 사라진다. 국내에서 주식을 사도 마찬가지다. 매수 버튼을 누른 순간 돈은 나갔지만, 주식이 내 계좌에 실제로 들어오기까지는 이틀이 걸린다. 그 이틀 동안 자금은 어딘가에 묶인 채 증권사·예탁원·청산소를 거쳐 처리된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수십 년 전에 설계된 구조가 한 번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채 지금도 그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이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한다. 자산을 토큰 형태로 표현하면 소유권 이전과 결제가 동시에 일어난다. 중간에 끼어 있던 기관들이 하나씩 빠지면서 시간도, 비용도 함께 사라진다. 새로운 투자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국채를 토큰화해 탈중앙화거래소에 올린 것도, 오늘 뉴욕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발표자가 "미국이 가장 빠르고 진지하게 온체인 금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수익률 때문이 아니다. 비용 구조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변화를 두고 오늘 행사장에서는 두 개의 언어가 평행선을 달렸다. 발표자들은 인프라의 언어로 말했다. 구조가 바뀐다, 중간 기관이 사라진다, 결제가 실시간으로 완결된다. 그러나 그 은행 본부장은 투자의 언어로 들었다. 리스크가 크다, 규제가 불확실하다, 아직 이르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

이 간극은 사실 낯설지 않다. "우리가 왜 인터넷뱅킹을 도입해야 하죠?" 2000년대 초, 이 질문을 진지하게 했던 금융기관들이 있었다. 위험하다, 아직 이르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 그 말들이 당시에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인프라의 전환 앞에서 그 신중함은 결국 뒤처짐의 다른 이름이 됐다.

인프라의 전환은 수익률로 설명되지 않는다. 올라타거나, 뒤처지거나. 그 사이에 세 번째 선택지는 없었다. 지금도 없다.

오늘 여의도 오성급 호텔에서 두 개의 언어는 같은 원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다. 한쪽은 지금의 리스크를 묻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10년 후의 구조를 말하고 있었다.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한, 한국 금융의 온체인 전환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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