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 자본시장에서 ‘알트장’의 전개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8000에 근접한 증시 강세가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유동성을 흡수했지만, 중기적으로는 한국 리테일의 위험선호 회복을 보여주는 선행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BTC) 중심의 1차 회복 이후 원화마켓으로 자금이 재유입될 경우, 한국 코인시장을 축으로 한 알트코인 강세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시점은 2026년 5월이다. 당시 코스피는 8000선에 바짝 다가섰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랠리를 주도했다. 생성형 AI 확산,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대가 실적 기대를 자극하면서 한국 리테일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했다. 겉으로만 보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불리한 환경처럼 보였지만, 엑시리스트는 이를 위험자산 회피가 아니라 ‘위험자산 선호의 이동’으로 해석했다.
실제 시장 지표는 아직 전형적인 알트장을 가리키지 않는다. 비트코인(BTC)은 8만 달러를 재돌파했고 글로벌 크립토 시가총액은 2조7000억 달러대에 머물렀지만, 자금은 여전히 비트코인 중심으로 쏠려 있다. BTC 도미넌스는 약 60% 수준으로 높고, 코인마켓캡과 블록체인센터의 알트시즌 지수도 본격적인 알트장 기준에는 못 미친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알트코인 약세의 확정 신호라기보다, 유동성이 아직 비트코인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엑시리스트(Exilist)는 알트시즌 지표가 본질적으로 후행적 성격을 띤다고 짚었다. 실제 수익률이 크게 발생하는 구간은 지표가 완성되기 전인 경우가 많고, 기관 자금은 ETF와 수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비트코인을 먼저 매수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의 비트코인 우위는 알트장과 충돌하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전 단계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체감 침체도 표면적 현상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국내 5대 거래소 이용자의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2025년 1월 말 121조8000억 원에서 2026년 2월 말 60조6000억 원으로 줄었고, 일평균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2024년 7월 말 885억 원 수준이던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2025년 12월 말 8723억 원까지 확대됐고, 2026년 2월 말에도 6071억 원을 유지했다. 코인 포지션은 줄었지만 달러형 대기자금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원화 예치금 증가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래대금이 줄어든 와중에도 원화예치금은 2025년 말 8조1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고,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도 1113만 개로 늘었다. 이는 국내 시장이 완전히 이탈한 구조가 아니라, 거래는 식었지만 자금과 계정은 남아 있는 ‘대기 상태’에 가깝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한국 시장은 알트코인 현물 거래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가진다. 보고서는 카이코(Kaiko) 자료를 인용해 원화가 중앙화 거래소 기준 글로벌 법정화폐 거래량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거래는 업비트와 빗썸에 고도로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시장 거래의 대부분이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에 쏠려 있다는 점도 핵심 변수로 제시했다. 이는 원화마켓이 단순한 지역 거래소 시장이 아니라, 알트코인 가격 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구조적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TRM랩스(TRM Labs)가 집계한 2026년 1분기 글로벌 리테일 크립토 활동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리테일 거래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으로 평가됐고, 글로벌 활동이 둔화한 가운데서도 상위권 지위를 유지했다. 최근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량이 급감하는 동안 업비트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빗썸의 감소폭도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남은 유동성이 대형 원화 거래소로 더 압축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결국 향후 알트코인 반등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업비트와 빗썸의 원화마켓 거래대금 회복이라는 설명이다.
코스피 8000도 보고서는 ‘알트장’의 반대편에 있는 변수로 보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코인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인 대체재였지만, 중기적으로는 한국 리테일의 위험선호가 되살아났다는 증거에 가깝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AI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조정 국면에서 손실을 볼 수 있고, 이 경우 더 높은 베타를 가진 코스닥 테마주나 원화 알트마켓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경로를 행동재무학의 전망이론과 연결했다. 손실 구간에 놓인 투자자는 반드시 방어적으로만 움직이지 않으며, 손실 회복을 위해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시장처럼 회전율이 높고 단기 모멘텀 선호가 강한 구조에서는 이러한 성향이 주식 테마주를 거쳐 가상자산, 특히 알트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유망 서사로는 AI와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주식이 꼽혔다. AI 반도체 랠리를 통해 한국 리테일은 이미 ‘AI 성장→반도체 수혜’라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투자 스토리를 학습했다. 보고서는 이 인식이 향후 ‘AI 성장→AI 인프라·데이터·에이전트 관련 알트코인 수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기술의 우열보다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성장 서사가 먼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 알트장의 전형적 특성이라는 이유에서다.
토큰화 주식도 강력한 후보군으로 제시됐다. 한국 투자자는 이미 한국 주식, 미국 주식, 24시간 거래되는 코인 시장을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 세 경험을 결합한 온체인 증권 서사를 이해하기 쉽다는 논리다. 미국 주식과 ETF, 원자재 등을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24시간 거래한다는 개념은 복잡한 디파이보다 대중적으로 전달력이 높다. 온도 파이낸스의 온도(ONDO)를 비롯한 관련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로 언급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토큰화 상품의 소유권 구조, 상환 방식, 배당 처리, 규제 관할은 반드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규제 환경 변화 역시 알트코인의 할인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제화와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입법 논의는 모든 토큰에 일률적으로 호재가 되지는 않더라도, 대형·인프라형 알트코인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언제 증권으로 규정될지 모른다’는 위험을 낮게 보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이후 자금이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 등 주요 알트코인으로 옮겨갈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투자자에게는 세제 변수도 중요하다. 현행 제도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2026년은 사실상 과세 전 마지막 온전한 거래 연도로 해석될 수 있다. 보고서는 이 점이 단순한 세무 이슈를 넘어 고베타 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시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코스피 대형주 조정과 맞물릴 경우,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알트코인 선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벤처캐피털과 온체인 인프라의 확장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에이16즈 크립토(a16z crypto)가 2026년 22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한 것은 거래대금이 줄고 시장 관심이 약화한 시기에도 크립토 인프라에 대한 장기 자본이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큰화 실물자산 시장 역시 여러 체인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어, 이번 사이클의 알트코인 반등은 단순한 거래소 상장 모멘텀보다 더 넓은 기반 위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전체 시나리오를 ‘비트코인 선행→AI 반도체 랠리와 한국 리테일 FOMO→대형주 조정→고베타 자산 탐색→대형 알트 회복→원화마켓 알트 재점화→저유동성 알트 및 잡코인 급등’의 단계로 정리했다. 핵심은 잡코인 급등이 알트장의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 확인 신호에 가깝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출발은 비트코인 이후 대형 알트와 원화마켓 거래대금이 되살아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하다. 비트코인(BTC)이 8만 달러 부근에서 지지를 잃고 급락하면 알트코인으로의 유동성 전이는 지연될 수 있다. 코스피 랠리가 예상보다 길어져 자금이 계속 주식시장에 묶이는 경우도 변수다. 스테이블코인 공급량 전체를 곧바로 알트코인 매수 대기자금으로 볼 수 없다는 점, 규제 명확화가 오히려 일부 토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그럼에도 결론은 분명하다. 엑시리스트(Exilist)는 이번 사이클의 알트코인 강세장이 단순한 글로벌 유동성 논리만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리테일의 손익 구조와 위험선호 회복 속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코스피 8000과 AI 반도체 랠리는 알트코인과 경쟁하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유동성 전이를 예고하는 전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비트코인 중심 회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경우, 한국 원화마켓이 다시 알트장의 핵심 무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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