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미즘(OP)이 기관용 블록체인 인프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오스틴 와일러(Austin Weile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OP 랩스가 1분기 출시한 ‘OP 엔터프라이즈’를 축으로 전용 체인 수요를 흡수하는 한편, OP 메인넷과 OP 스택 전반의 실사용 확대를 통해 수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트판다(Bitpanda)의 비전 체인과 이더파이(ether.fi)의 OP 메인넷 이전은 옵티미즘이 단순 레이어2를 넘어 기관 친화형 실행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OP 랩스는 지난 1월 29일 완전 관리형, 자체 관리형, OP 메인넷의 3개 티어로 구성된 ‘OP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이는 기관이 별도 블록체인 운영 조직을 직접 꾸리지 않아도 전용 체인을 배포·운영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중앙화 거래소, 핀테크, 결제 사업자, 금융기관이 주요 고객층으로 제시됐다. 체인 도입 과정에서 병목으로 꼽히던 RPC, 인덱서, 오라클, 지갑, 브리지, 컴플라이언스 도구 연동을 패키지화해 조달부터 운영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6~12개월에서 8~12주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옵티미즘이 단일 퍼블릭 네트워크 확장보다 ‘목적 특화 체인’을 대량 공급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스틴 와일러(Austin Weiler)는 메사리 리서치 보고서에서 OP 메인넷을 기관 고객의 시험 무대로 두고, 이후 전용 체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전시키는 구조가 OP 스택 확장의 새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말 기준 메인넷에서 가동 중인 OP 체인은 34개로, 전체 레이어2 활동의 40% 이상과 전체 암호화폐 활동의 7% 이상을 차지했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비트판다의 ‘비전 체인’이다. 비트판다는 3월 26일 완전 관리형 OP 엔터프라이즈 티어로 배포되는 첫 체인으로 비전 체인을 발표했다. 해당 체인은 유럽 금융기관을 겨냥한 토큰화 자산 발행, 유로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제 준수형 디파이(DeFi) 애플리케이션 지원을 목표로 설계됐다. 200밀리초(ms) 블록 타임과 ZK 증명 기반 당일 출금 구조, MiCA 규제를 충족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가스 결제 지원 등이 핵심 사양으로 제시됐다. 비트판다는 2026년 하반기 메인넷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OP 메인넷의 실사용 확대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더파이는 4월 15일 캐시(Cash) 제품을 스크롤(Scroll)에서 OP 메인넷으로 이전하면서 약 2억2000만 달러의 TVL을 가져왔다. 해당 이전은 브리지 엔지니어링, 오라클 지원, 자산 메타데이터 이관을 포함해 3일 만에 완료됐다. 이더파이는 당시 TVL 57억 달러 규모의 대형 디파이 프로토콜로, 스테이킹과 일드 볼트, 암호화폐 카드 결제를 주력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캐시는 프로토콜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OP 메인넷이 결제 중심 디파이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을 키웠다.
이는 최근 급성장 중인 암호화폐 카드 결제 시장과도 맞물린다. 보고서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관련 결제 시장이 연평균 106% 성장했다고 짚었다. 이더파이 캐시의 확장은 스테이킹 중심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반복 가능한 결제 매출을 확보하는 구조 전환으로 해석된다. 메사리 리서치는 이더파이의 유저세이프 잔액이 2028년까지 기본 시나리오에서 5억3920만 달러,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10억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자금 흐름 상당 부분이 OP 메인넷을 경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TVL 확대 기대도 나온다.
기관 수요를 겨냥한 기능 고도화도 이어졌다. 4월 7일 서니사이드 랩스는 OP 스택용 첫 네이티브 프라이버시 인프라 ‘프라이버시 부스트’를 출시했다. 이 솔루션은 ZK 증명과 신뢰 실행 환경을 결합해 기밀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며, 500ms 미만의 증명 생성 속도와 1800tps 이상의 처리량을 제공한다. 자금 관리, 급여 처리, 거래상대방 포지션 운영처럼 공개 원장에 그대로 노출되기 어려운 업무를 겨냥한 설계다. 4월 28일에는 소네이움(Soneium)이 첫 통합 체인으로 발표됐고, 마스터카드, 비트판다, 잉크(Ink)도 초기 도입 사례로 언급됐다.
실제 수치로 보면 1분기 OP 스택 전반은 시장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TVL은 지난해 4분기 말 56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48억 달러로 14.8% 줄었다. 같은 기간 총 보호 가치(TVS)도 163억 달러에서 137억 달러로 15.9% 감소했다. 다만 체인별 편차는 뚜렷했다. 베이스(Base)는 40억 달러로 최대 TVL을 유지했으나 11.7% 감소했고, OP 메인넷은 33.4% 줄어 1억944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잉크는 4억6280만 달러로 3.7% 감소에 그치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경제 활동을 보여주는 ‘체인 GDP’ 지표에서는 잉크가 두드러졌다. 상위 5개 OP 체인의 1분기 체인 GDP는 총 1억4480만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29.9% 감소했지만, 잉크는 25만4200달러에서 220만 달러로 776.9% 급증했다. 이는 에이브(Aave) V3 기반 대출 프로토콜 ‘타이드로’ 활동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베이스는 1억3280만 달러로 가장 큰 기여를 했지만 26.6% 줄었고, 유니체인(Unichain)은 84.3% 감소해 낙폭이 가장 컸다. OP 메인넷 역시 37.2% 하락했다.
디파이 부문에서는 대출 시장의 방어력이 비교적 강했다. 베이스, OP 메인넷, 유니체인 전반의 활성 대출은 20억 달러에서 19억 달러로 4.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모르포(Morpho)는 13억 달러로 5.3% 늘며 점유율을 67.3%까지 끌어올렸고, 에이브는 5억3150만 달러로 11.8% 감소했다. 반면 현물 DEX 거래량은 시장 전반 위축과 함께 크게 줄었다. OP 체인 전체 일평균 현물 거래량은 13억 달러에서 9억520만 달러로 32.5% 감소했다. 베이스가 여전히 95.8% 비중을 차지했지만, 유니체인과 셀로(Celo)는 각각 90.3%, 72.7% 급감했다.
거래 활동에서는 OP 메인넷의 반등이 눈에 띈다. OP 스택 전체 거래 수는 20억 건에서 17억 건으로 16.3% 감소했지만, OP 메인넷은 1억6280만 건에서 1억9300만 건으로 18.6% 증가했다. 비중 역시 8.2%에서 11.7%로 확대됐다. 셀로도 미니페이(MiniPay) 확산에 힘입어 6.6%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더파이 캐시의 이전이 하루 2만8000건의 지출 거래와 2000건의 내부 스왑을 OP 메인넷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고 봤다. ‘결제형 온체인 수요’가 OP 메인넷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옵티미즘 컬렉티브의 수익 구조도 정비됐다. OP 스택 내 체인들은 시퀀서 수익의 2.5% 또는 시퀀서 이익의 15% 중 큰 금액을 옵티미즘 컬렉티브에 기여하며, OP 메인넷은 시퀀서 이익 100%를 납부한다. 1분기 OP 스택 총 시퀀서 수익은 176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16.7% 감소했고, 컬렉티브 기여금은 290만 달러로 21.5% 줄었다. 다만 이더리움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데이터 게시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체인 운영 수익성 자체는 방어력을 유지했다. 분기 중 이더리움 제출 비용은 10만8900달러로 전분기 대비 82.5% 급감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OP 토큰 바이백이 핵심 변화로 꼽힌다. 옵티미즘 재단은 1월 8일 시퀀서 수익의 50%를 월간 OP 매입에 투입하는 12개월 시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이 안은 1월 28일 온체인 투표에서 84.4% 찬성으로 통과됐다. 첫 바이백은 3월 5일 진행됐으며, 95.8 ETH를 활용해 157만4817개의 OP를 매입했다. 이는 네트워크 실적과 OP 토큰 수요를 직접 연결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동시에 ‘시즌 9’ 개편을 통해 레트로 펀딩을 최소 연말까지 중단하고, 향후 법적 구조 재편과 자금 배분 체계 개선도 예고했다.
기술적으로도 OP 스택은 성능과 확장성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2월에는 석시닝트(Succinct)를 첫 선호 ZK 증명 제공업체로 채택해 7일가량 걸리던 출금 정산 시간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3월에는 실제 워크로드 기준의 성능 측정이 가능한 벤치마킹 프레임워크를 도입했고, 1월에는 포스트 양자 암호 체계 전환을 위한 10년 로드맵도 공개했다. 셀로는 3월 말 조비안 하드포크를 통해 최신 OP 스택 규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결국 2026년 1분기의 옵티미즘은 가격이나 단기 트래픽 경쟁보다 ‘기관 온보딩이 가능한 레이어2 운영체제’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OP 엔터프라이즈는 전용 체인 수요를 흡수하는 전면에 섰고, OP 메인넷은 이더파이와 지팡코인 같은 실제 자산·결제형 프로젝트의 진입점이 되고 있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오스틴 와일러(Austin Weiler)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흐름이 투기적 거래 의존도를 낮추고, 규제 친화적 수익원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시장 조정 속에서도 OP 스택이 ‘기관형 블록체인 인프라’라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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