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디지털자산 정책 과제인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고(Strategic Bitcoin Reserve, SBR)'에 대한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SBR이 1년 2개월간의 법적·운영적 정비 작업을 마치고 본격 가동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 "법적으로 견고하다"… 백악관, 발표 임박 시사
패트릭 위트(Patrick Witt) 미 대통령 디지털자산자문위원회(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for Digital Assets) 사무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자산을 적법하게 보호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모든 체계를 갖추는 데 있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위트 총장이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6(Bitcoin 2026) 콘퍼런스에서 "수 주 내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데 이은 후속 신호다. 당시 그는 "행정부 차원에서 의회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트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6일 SBR 설립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부책임자 해리 정(Harry Jung)이 부처 간 협의 절차를 주도해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각 부처의 법적 권한 식별 ▲필요 법률 검토 의견서(legal memo) 발주 ▲금(金) 보관을 전제로 설계된 연방 인프라를 비트코인 개인키 보관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 등이 진행됐다.
■ 32만 8천 BTC 보유… 글로벌 공급량의 1.6%
현재 미 연방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약 32만 8,372 BTC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현재 시세 기준 약 250억 달러 수준이다.
해당 물량은 시장 매입이 아닌 ▲실크로드(Silk Road) 사건 ▲2022년 비트파이넥스(Bitfinex) 해킹 자금 회수 ▲기타 형사 몰수 절차 등 법 집행 과정에서 압수된 자산으로 축적됐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재무부가 보유 비트코인을 단 한 코인도 매각하지 못하도록 봉인했다.
다만 위트 총장은 압수된 모든 신규 암호화폐가 자동으로 비축고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 자산은 몰수 확정 전까지 '계류(pending)' 상태로 분류되며, 피해자 배상 절차가 우선 적용된 뒤 잔여분이 비축고로 이전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 美 마샬청 4,600만 달러 도난 사건이 촉매
위트 총장은 SBR 출범의 정당성을 입증한 사례로 미 연방보안관청(USMS) 산하 암호화폐 도난 사건을 지목했다.
연방정부 위탁 계약자인 존 다기타(John Daghita)는 2025년 말 USMS 보관 계좌에서 4,600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절취한 혐의로 2026년 3월 FBI에 체포됐다. 별도로 2024년 10월에 발생한 2,400만 달러 규모의 절도 사건도 동일 인물과 연관된 것으로 추적됐다.
위트 총장은 "이 사건이야말로 대통령이 SBR을 설립하고 각 부처에 자산을 엄정히 보호하라고 지시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디지털자산의 보관(custody)은 전통 자산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ARMA 법안, 의회 표결 압박… "여름 휴회 전 처리"
행정명령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 행정명령은 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현재 의회에서 추진되는 두 건의 법안의 핵심 명분이다.
닉 베기치(Nick Begich) 하원의원은 최근 기존 'BITCOIN 법안'을 '미국 비축고 현대화법(American Reserves Modernization Act, ARMA)'으로 개명해 재추진하고 있다. ARMA는 미 재무부가 향후 5년간 매년 최대 20만 BTC씩, 총 100만 BTC를 시장에서 매입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며, 매입한 비트코인은 최소 20년간 매각이 금지된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중간선거 캠페인이 본격화되기 전 여름 휴회 이전에 표결을 압박하고 있다. ARMA가 통과될 경우 재무부의 첫 공개시장 비트코인 매입은 2026년 4분기로 예상된다.
■ 美, 최초의 '비트코인 전략비축' 주권국가로
ARMA가 입법화될 경우 미국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능동적으로 축적하는 최초의 주권국가가 된다.
현재 중국이 약 19만 BTC, 영국이 약 6만 1천 BTC를 압수 자산으로 보유 중이며,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국인 엘살바도르의 보유량은 약 6,174 BTC에 그친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비트코인을 공식 전략 비축자산으로 격상시키는 정책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100만 BTC를 5년에 걸쳐 매입한다는 ARMA의 구상은 현재 시세 기준 약 810억 달러 규모로, 주권국 비축자산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자본 배분이 된다. 위트 총장이 예고한 '돌파구'가 단순한 행정 절차 정리에 그칠지, 매입 전략과 회계 처리 방식까지 포함한 본격적 정책 패키지로 확장될지가 향후 수 주 내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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