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표는 꺾였지만 실사용은 버텼다…메사리 리서치, TON의 '텔레그램 결제망' 진화 진단

| 이도현 기자

텔레그램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TON 네트워크가 기술 고도화와 소비자 서비스 확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 소속 Jonny Kreise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6년 1분기 TON의 달러 기준 지표는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TON 네트워크의 실사용 기반은 오히려 견조함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특히 MTONGA 로드맵에 따른 성능 개선, 텔레그램의 검증자 참여 확대, NFT와 미니앱 중심의 실수요는 TON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TON 네트워크는 텔레그램 공동창업자인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가 2018년 처음 설계한 지분증명 기반 레이어1 블록체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재 이후 원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오픈소스 코드베이스를 토대로 2021년 독립적으로 재출범했다. 이후 2023년 9월 텔레그램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2025년 1월부터는 텔레그램 내 모든 크립토 미니앱이 사실상 TON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독점적 온체인 인프라 지위를 확보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26년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Jonny Kreiser의 분석에 따르면 TON의 전략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은 ‘MTONGA(Make TON Great Again)’ 로드맵이다. 7단계 계획 가운데 현재까지 공개된 3개 단계만으로도 체질 변화가 선명하다. 4월 9일 활성화된 Catchain 2.0은 블록 시간을 기존 2.5초 수준에서 약 400밀리초로 단축했고, 거래 파이널리티는 10초 안팎에서 1초 미만으로 낮췄다. 처리량 역시 약 10배 확대됐다.

여기에 4월 중순 적용된 2단계 조치로 거래 수수료는 약 6배 인하됐다. 단순 네이티브 전송은 0.001달러 수준, 단순 USDT 전송은 0.0023달러, 탈중앙거래소 스왑은 0.01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어 5월 초 3단계에서는 텔레그램이 220만 TON을 직접 스테이킹하며 최대 검증자 지위에 올라섰다. 이는 TON 재단 중심이던 운영 무게추가 텔레그램 쪽으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텔레그램은 더 이상 TON의 외부 파트너가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과 보상 구조를 함께 떠안는 핵심 행위자가 됐다.

다만 속도와 비용 효율을 얻는 대가도 적지 않다. Catchain 2.0 도입 이후 연환산 인플레이션율은 기존 0.6%에서 3.6%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블록 생성 속도가 빨라진 만큼 검증자 보상 발행량도 기계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스테이킹 수익률은 3.3%에서 18.4%로 상승했지만, 토큰 가치 측면에서는 공급 부담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코멘트”하자면, TON 네트워크의 다음 과제는 성능 개선이 실제 사용자 증가와 결제 빈도 확대로 이어져 늘어난 발행량을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1분기 실적은 이 질문에 대해 절반의 긍정과 절반의 경고를 동시에 보여준다. TON의 현물 가격은 분기 동안 26.4% 하락해 1.22달러로 내려왔고, 유통 시가총액도 40억6000만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축소됐다. 디파이 TVL은 달러 기준 34.9% 감소한 5610만 달러를 기록했고,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역시 9억6160만 달러에서 7억2770만 달러로 24.3% 줄었다. 총 네트워크 수수료도 71만9080달러로 26.7% 감소했다.

하지만 TON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림은 다소 달라진다. 같은 기간 디파이 TVL은 TON 단위 기준으로 11.6% 감소에 그쳤고, NFT 거래량은 달러 기준 2.4% 하락에 불과했지만 TON 기준으로는 29.6% 늘었다. 총 NFT 거래 건수도 34만5990건으로 9.5% 증가했다. 이는 1분기 부진이 온체인 활동 자체의 붕괴라기보다 TON 가격 하락이 달러 환산 지표를 압박한 결과에 가깝다는 뜻이다.

NFT 부문은 특히 눈에 띈다. TON 네트워크의 크로스체인 NFT 거래량 점유율은 전분기 15.4%에서 35.5%로 급등해 130.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베이스, 폴리곤 등 주요 체인의 NFT 거래량은 모두 50% 이상 감소했다. TON이 주요 체인 가운데 유일하게 점유율을 확대한 셈이다. 거래량이 방어된 배경에는 텔레그램 번호, 사용자명, 기프트 같은 발행형 NFT가 있다. 이 자산들은 전형적인 투기성 프로필 사진 NFT와 달리 메신저 계정 식별, 익명 로그인, 디지털 선물 전송 등 명확한 기능을 갖춘다. 즉 실사용이 수요를 지탱하는 구조다.

실제로 텔레그램 번호 NFT는 1분기 2520만 달러, 사용자명 NFT는 1950만 달러, 텔레그램 기프트는 870만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특히 사용자명 2차 거래는 전분기 대비 24.8% 증가해 기능성 디지털 자산으로서 시장이 재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TON 네트워크가 ‘소비자 서비스형 블록체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면이다.

스테이블코인 부문에서는 USDT 중심 구조가 여전히 강하다. 1분기 말 TON 상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가운데 USDT 비중은 76.3%, USDe 비중은 23.6%였다. USDT 공급량은 5억553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27.2% 줄었고, USDe는 1억7180만 달러로 13.0% 감소했다. USDT 전송 거래량은 일평균 7700만 달러, 활성 주소는 3만1260개 수준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대형 디파이 스왑은 줄었지만 텔레그램 내 P2P 송금과 소액 결제 흐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TON 네트워크의 달러 결제층이 트레이딩보다는 보관과 소비자 결제에 더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디파이 분야는 아직 보조적 층위에 머물러 있다. 유동 스테이킹은 7960만 달러로 TON 최대 디파이 카테고리를 유지했으며, Tonstakers가 5930만 달러 TVL로 시장의 74.5%를 차지했다. 일반 디파이 TVL은 STON.fi, EVAA 프로토콜, Storm Trade, DeDust 등이 분담하고 있으나 규모는 제한적이다. STON.fi가 2410만 달러로 가장 크지만, 체인 전체 USDT 유통량이나 NFT 거래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편이다. 다시 말해 TON 네트워크의 핵심 경제는 디파이보다 텔레그램 결제와 디지털 자산 유통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점은 텔레그램 네이티브 매출 흐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2026년 1분기 TON을 통해 라우팅된 텔레그램 발행 제품 매출은 8850만 달러에 달했다. Stars가 3400만 달러, Telegram Ads가 2770만 달러, Premium이 1410만 달러, 숫자·사용자명 경매가 10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앱 및 머천트 온체인 수입으로 넓히면 1억1810만 달러에 이른다. 이 수치는 디파이 거래나 단기 투기 수익이 아니라 광고, 구독, 디지털 재화 구매 같은 소비자 서비스 정산에서 발생한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흔치 않은 ‘매출 기반 사용처’라는 의미다.

네트워크 활동 지표는 혼조세다. 1분기 총 거래 수는 1억7190만 건으로 4.0% 감소했고, 일일 활성 주소는 9만790개로 8.8% 줄었다. 그러나 이는 2024년 탭투언 게임 열풍 이후 과열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미니앱 일평균 활성 주소는 1만3980개, 온체인 활동이 확인된 미니앱은 하루 평균 152개였다. 텔레그램 미니앱 전체 사용자 규모에 비하면 아직 전환율은 0.0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히려 이 숫자는 향후 확장 여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발자 도구 측면에서도 기반 확충이 이어졌다. TON 코어팀은 Tolk 1.3 언어, AppKit, Rust Node 같은 개발 인프라를 고도화했고, 3월에는 WalletConnect가 TON 지원을 공식 도입했다. Fireblocks 자회사 Dynamic도 임베디드 지갑 인프라를 선보이며 앱 내부 지갑 배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는 TON 네트워크가 텔레그램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제와 자산 관리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빠르게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다.

보안성과 탈중앙화 역시 주요 강점으로 꼽힌다. 메사리 리서치(Messari Research)의 Jonny Kreiser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말 TON 검증자 수는 380개, 스테이킹 물량은 3억9750만 TON이었다. 특히 나카모토 계수는 77로 집계됐다. 이는 솔라나(SOL) 19, 수이(SUI) 18, 앱토스(APT) 14, 트론(TRX) 13, BNB체인 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텔레그램과 TON Strategy Company 같은 대형 참여자들이 존재하더라도 네트워크 탈중앙화가 단번에 훼손되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재무 측면에서는 공급 구조를 둘러싼 점검이 필요하다. 총공급량은 51억5000만 TON, 유통량은 24억6000만 TON이다. TON Believers Fund, 동결된 초기 채굴자 물량, 텔레그램 보유분, 생태계 리저브를 합치면 전체 공급의 58%가 제한 배분 상태다. 여기에 스테이킹 물량이 18.4%를 차지한다. 한편 나스닥 상장사 TON Strategy Company는 2억2000만 TON 이상을 보유하며 유통량의 8.9%를 쥐고 있다. 이 물량 역시 적극적으로 스테이킹되고 있어 시장 유통 물량을 압축하는 효과를 낸다.

결국 TON 네트워크의 2026년 1분기는 숫자만 보면 후퇴였지만, 내용으로 보면 재정비에 가까웠다. 가격 하락과 스테이블코인 축소, 디파이 위축은 분명 부담이었지만, NFT 방어력과 텔레그램 기반 소비자 매출, 그리고 MTONGA를 통한 성능 혁신은 이 체인이 어디에서 경쟁력을 찾는지 분명하게 보여줬다. 블록체인 다수가 투기적 거래량에 의존하는 동안 TON 네트워크는 메신저 기반 결제, 디지털 정체성, 기능성 NFT, 미니앱 경제라는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단순하다. MTONGA 이후 개선된 속도와 낮아진 수수료가 실제 사용자 증가와 더 잦은 소액 결제로 연결될 수 있느냐다. 만약 텔레그램의 10억명대 잠재 이용자 중 일부라도 TON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TON은 단순한 레이어1을 넘어 메신저 기반 글로벌 결제망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확대가 수요 성장보다 먼저 시장에 부담을 준다면, 기술적 진전은 토큰 가치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지금의 TON은 그 갈림길 초입에 서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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