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26년 4월 13일 한국시간 오후 11시를 기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15척 이상의 군함을 배치하고 대이란 해상 봉쇄에 나서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군사행동이 중동 분쟁을 넘어 중국의 에너지 조달 구조를 흔들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핵심 통로여서, 이곳의 긴장은 곧바로 국제유가와 물류비, 각국의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란산 원유를 사실상 전량 사들이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국제 시세보다 20∼50% 저렴하게 들여오며 에너지 비용을 낮춰 왔는데, 이 통로가 막히면 값이 더 비싼 원유를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분석은 최근 중국의 에너지 사정이 이전보다 여유롭지 않다는 점과 맞물린다.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생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할인 판매가 사실상 끝났고, 여기에 중국 원유 소비의 13%를 차지하는 이란산 수입까지 차질을 빚으면 비용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중국이 정유제품 수출까지 막았는데도 재고가 예상보다 빨리 줄고, 휘발유를 비롯한 주요 정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자 지난 10일 상업용 비축유 사용을 허용했다고 짚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가 약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뛰면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부진한 상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이 당장 강하게 반응할 상황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DB증권 김선영 연구원은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원자재를 얼마나 싸게 사느냐보다 공급이 실제로 끊기느냐에 있다고 봤다. 중국의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비중은 각각 18.2%, 8.8%이고, 원유 공급선도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분산돼 있어 단기 충격이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조속한 종전과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이번 사태에서 전면에 나서 중재 역할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도 정치 일정과 국내 경제를 함께 계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미국이 1975년 오일쇼크 뒤 마련한 에너지정책보호법을 포함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에너지 시장 충격을 비교적 흡수할 체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해군 전력 상당수를 파괴했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동시에 백악관에서는 이란이 합의를 원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미중 협상 구도, 중국의 물가와 산업 비용까지 함께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중 정상회담과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중국의 대응 수위와 아시아 에너지 시장 재편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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