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의 헬스케어 전문 투자회사 두 곳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210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특화 투자회사가 출범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최대 헬스케어 투자회사인 글로벌 헬스케어 오퍼튜니티 캐피털(GHO 캐피털)과 아시아 기반 CBC 그룹은 20일 양사 합병 계획을 밝혔다. 런던에 본사를 둔 GHO 캐피털과 싱가포르 기반 CBC 그룹이 결합하면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200명이 넘는 전문가 조직을 갖추게 된다.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주요 시장을 모두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으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분야에 집중하는 사모펀드, 사모대출, 부동산 자산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는 비상장 기업 등에 투자해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는 자금이고, 사모대출은 은행 대신 투자회사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투자 대상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 단계에 맞는 자금을 한곳에서 조달하기 쉬워지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커지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 보다 체계적으로 투자할 통로가 넓어지는 셈이다.
이번 결합은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과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최근에는 AI 스타트업들이 후보 물질 탐색, 임상시험 설계, 생산 공정 최적화 등에서 속도를 높이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FT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두 회사가 헬스케어 산업의 기본 수요와 방어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보고 대형 결합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술 변화가 거세더라도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의료 서비스 확대 같은 구조적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제약과 바이오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대체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도 지난 3월 63억달러 규모의 생명과학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는 헬스케어 산업이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면서도 기술 혁신에 따른 성장 가능성까지 갖춘 분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헬스케어를 단순한 방어주 성격의 산업이 아니라, 장기 성장 산업으로 다시 보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