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 불안에 에너지주 급등…트럼프 발언에 항공주는 '직격탄'

| 김민준 기자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원유 가격이 급등하며 에너지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항공주는 연료비 부담 우려로 급격히 하락하며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1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원유 공급 불안에 주목하며 관련 주식을 매수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하며 전일 대비 4% 넘게 뛰었다. 이에 따라 발레로 에너지(VLO), APA(APA), 마라톤 페트롤리엄(MPC), 셰브론(CVX), 헤스(HES), 옥시덴털 페트롤리엄(OXY) 등 에너지주는 모두 2% 이상 오르며 시장 상승을 주도했다. 발레로는 3.4%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유가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연달아 글을 게시하며 중동 정세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는 한 게시물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숨은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란은 지금 당장 무조건 항복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 지정학적 위기감과 공급 차질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원유 가격에 강한 자극을 줬다.

반면 항공주는 연료비 상승에 대한 부담감 속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유나이티드 항공(UAL)과 델타 항공(DAL)은 각각 5%, 4% 하락하며 S&P500 종목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항공사에게 연료는 가장 큰 비용 항목 중 하나인 만큼, 단기적인 유가 급등은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델타가 지난 2012년 원가관리 차원에서 필라델피아 인근의 정유 공장을 인수했던 전례가 있는 것처럼, 항공업계는 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주의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항공주의 경우 빠른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