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동안 강세를 이어온 미국 증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채권 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의 기준 역할을 하는데, 이 수치가 오르면 주식시장에는 대체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최근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고, 이 변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9일 현지시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5.20%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이 수준에 도달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한때 4.69%를 기록해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18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2.8%까지 올라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고, 같은 날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도 5.18%까지 치솟아 수십 년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재정 확대나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에 반발해 국채를 파는 투자자들을 두고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번 금리 급등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가 꼽힌다. 세계 원유와 석유제품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고, 전쟁 발발 이전보다 60%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라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쟁 직전인 2월의 2.4%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2.8%, 연준이 더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3월 기준 3.2% 올라 물가 목표치인 2.0%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빠르게 수정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41.4%로 반영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사실상 없던 시나리오다. 반대로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졌고, 동결 가능성도 낮아졌다. 22일 취임하는 케빈 워시 연준 차기 의장 역시 정치권의 금리 인하 요구와 별개로 연준의 독립적 판단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은 당분간 물가 억제를 우선하는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1~2022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봤다가 뒤늦게 급격한 긴축에 나섰던 과거의 정책 판단이 비판받았던 만큼, 연준이 이번에도 섣불리 안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제는 높은 국채 금리가 금융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 실물경제 전반으로 부담을 넓힌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보유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100.2%로 100%를 넘어섰고, 미국 의회예산국은 올해 연방정부 재정적자 비율이 국내총생산의 5.8%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도 더 커진다.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의 순이자 비용은 9천700억달러에 달했다. 가계도 예외가 아니다. 18일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6.49%로 올라 주택 구매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업 역시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대규모 자본지출을 이어가는 대형 기술기업이나, 외부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금리 상승의 충격에 더 민감할 수 있다. 4월 미국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월 대비 0.5%로 3월의 1.6%에서 크게 둔화한 점도 이미 소비가 약해지기 시작한 신호로 읽힌다.
결국 시장은 물가 재상승과 경기 둔화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복합 국면을 바라보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차입 비용이 함께 오르면 소비와 투자가 약해지는 이른바 ‘수요 파괴’가 나타날 수 있고, 그 경우 연준은 다시 경기 방어 쪽으로 무게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다만 당장으로서는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뚜렷한 만큼,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한동안 금리 상승 위험을 중심으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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