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8,000선을 찍은 뒤 단기간에 약 10% 급락하자, 증권사 돈을 빌려 투자한 이른바 빚투 자금의 강제청산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수가 급히 밀렸는데도 레버리지 투자 잔액은 큰 폭으로 줄지 않아,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반대매매가 시장을 더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8천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5월 15일 36조6천675억원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36조원 안팎의 높은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하는데, 통상 증시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할수록 늘어난다. 문제는 시장이 갑자기 꺾일 때다. 빌린 돈을 정해진 기간 안에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 비율이 무너지면 보유 주식이 강제로 처분된다.
특히 최근에는 초단기 미수거래에서도 경고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실제 보유한 자금보다 큰 금액으로 먼저 주식을 사고, 이틀 안에 결제하는 방식인데, 19일 기준 미수금은 1조9천240억원으로 불어나 2조원에 다시 근접했다. 이는 3월 6일 2조983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 규모는 5월 18일 917억원, 19일 676억원으로 이틀간 1천500억원을 넘었다. 18일 수치는 이란 전쟁 발발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던 3월 8일 824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며, 2023년 7월 3일 928억원 이후 가장 크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자의 주식을 시장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으로 내다 파는 절차다. 하락장에서는 이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생기기 쉽다. 실제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율은 18일 6%까지 치솟아 직전 거래일의 2.2%보다 약 3배 높아졌고, 19일에도 4.6%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8,000선 부근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급락하는 과정에서, 높은 가격에 빚을 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의 증거금이 부족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용거래융자 역시 구조는 다르지만 본질적인 위험은 같다. 잔고 규모가 36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지수 조정이 길어지면, 개인 투자자 손실이 커지는 데 그치지 않고 강제청산 물량이 시장 하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을 크게 웃도는 차입 투자일수록 변동성 장세에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증시의 변동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경우 반대매매 압력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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