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AI 자본 경쟁, 장기국채 금리 상승 압력 가능성"

| 서지우 기자

블랙록은 정부와 인공지능(AI) 기업의 자본 경쟁이 선진국 장기국채 수익률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투자가 성장 기대와 함께 대규모 장기 자금 수요를 불러온다는 판단이다.

웨이 리(Wei Li) 블랙록 글로벌 수석 전략가와 비벡 폴(Vivek Paul)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서치 헤드 등은 10일 공개한 주간 논평에서 선진국 국채에 대한 전략적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이를 시장 흐름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정부, 인공지능 하이퍼스케일러, 경제 전반의 기업들이 자본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는 AI 생산성 붐 시나리오에서도 장기국채 수익률에 대한 상방 압력을 유지시킨다”고 밝혔다. 성장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자금 수요가 함께 늘면 장기금리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는 초대형 기술 기업을 뜻한다.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려면 건설비뿐 아니라 전력·냉각·통신 설비에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도 재정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며 민간 기업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국채 공급과 기업의 차입 수요가 동시에 늘면 장기 자금의 조달 비용이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에서는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메타와 블랙록은 140억 달러(약 19조7400억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합작 개발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은 블랙록 운용 펀드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메타($META)가 완공 시설을 장기 임차하는 구조다.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기업의 자체 지출을 넘어 자산운용사와 장기 투자자금이 결합하는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랙록은 글로벌 투자등급 크레딧에 대해서도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투자등급 채권의 스프레드가 좁아 추가 듀레이션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스프레드는 회사채 금리와 기준이 되는 국채 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이 격차가 좁을수록 투자자가 기업 신용위험을 부담하고 받는 추가 수익은 줄어든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낸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듀레이션이 긴 채권일수록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어 장기채 투자자의 부담이 커진다.

블랙록은 대신 탄력적인 현금 흐름과 강한 대출자 보호, 충분한 회수 가치를 갖춘 선별적 사모 크레딧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공개 채권시장의 낮은 스프레드보다 개별 대출 조건과 담보 구조를 면밀히 따질 수 있는 자산에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미국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7월 고용 쇼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즉각적인 금리 인상 압력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진 흐름은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장기금리와 달러 유동성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의 투자 환경에도 간접적으로 작용한다. 안전자산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가격 반응은 물가와 달러, 시장 수급에 따라 달라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023년 연구에서 비트코인이 통화정책과 거시경제 뉴스에서 분리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시장에서는 물가 지표와 금리 기대 변화에 비트코인이 반응한 사례도 나타났다.

앞서 미국 장기채 수급과 물가 발표가 같은 기간에 집중된 점도 비트코인 시장의 관전 요소로 제시됐다. 이번 논평은 AI 인프라를 둘러싼 자금 수요가 정부의 국채 발행과 맞물리면서 장기금리와 위험자산의 유동성 환경에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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