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계좌 마진콜, 월가 레버리지 경고 키웠다

| 서지우 기자

월가 전략가들이 미국 증시의 레버리지 확대를 경고하면서 한국 증시의 대규모 마진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빌린 돈으로 짧게 사고파는 거래가 늘수록 상승장에서는 매수세를 키우지만, 하락장에서는 강제 매도를 부르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한국시간 31일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레버리지 활용이 늘고 투자 기간이 짧아지면서 급격한 가격 조정이 더 잦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한국에서 지난달 120만개가 넘는 거래 계좌가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은 사례를 미국 시장이 살펴보는 이유로 들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또는 세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기초자산이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같은 방향으로 확대된다. 신용거래가 함께 붙으면 가격 하락, 증거금 부족, 강제 매도,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주 급락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졌다. 본지는 앞서 코스피가 6월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고 개인투자자 손실이 커졌다는 보도를 전한 바 있다. 홍콩에 상장된 한국 반도체주 2배 레버리지 상품에서도 낙폭이 확대됐다.

홍콩 상장 상품의 가격 움직임은 레버리지 구조가 하락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줬다. 본지는 남방동영(CSOP)이 운용하는 SK하이닉스 연계 2배 롱 상품의 7월 이후 누적 하락률이 81.05%로 집계됐고, 삼성전자 연계 2배 롱 상품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내렸다고 보도했다.

필립 스트랠(Phillip Straehl) 모닝스타 웰스 최고투자책임자는 AI 반도체와 메모리 종목에 몰렸던 포지션이 이전보다 완화됐지만, 개인과 헤지펀드의 전반적인 레버리지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봤다. 그는 레버리지 ETF로 유입된 자금이 조정 국면에서 하락 속도를 키웠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 살루치(Joe Saluzzi) 테미스 트레이딩 공동창업자는 한국 증시가 레버리지 상품과 단기 투자자가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상승장에서 뒤늦게 유입된 투자자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면 강제 청산이 나오고, 그 매물이 다시 가격을 누르는 방식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이후 레버리지 ETF 접근 제한과 현금 증거금 요건 강화 등을 포함한 조치를 검토했다. 본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단일주식 레버리지 ETF 투자한도와 모의거래 제도 도입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전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AI 관련주와 반도체주 쏠림은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앞서 강세를 보였던 종목들이 조정을 받자 레버리지 포지션이 하락 압력을 키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미국 증시가 한국과 같은 대규모 청산을 겪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마이클 모부신(Michael Mauboussin)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투자 포지션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몰리면 시장 비효율과 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오언 라몬트(Owen Lamont) 아카디안 애셋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을 시장 과열의 신호로 평가했다.

레버리지 투자 확대는 한국만의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AI 투자 열기가 커지면서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이 빠르게 증가했고, 미국에서도 레버리지 상품은 전체 ETF 시장 내 비중은 작지만 신규 출시가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시장 구조상 레버리지는 방향을 만들기보다 움직임을 증폭시키는 장치에 가깝다. 매수세가 강할 때는 상승을 빠르게 만들지만, 가격이 꺾이면 담보 부족과 손절 매도가 겹쳐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다. 특히 투자자가 비슷한 종목과 상품에 몰려 있으면 매도 압력도 같은 구간에 집중된다.

이번 경고의 핵심은 특정 시장의 방향이 아니라 매매 구조다. 레버리지가 높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동시에 위험 노출을 줄이면 작은 가격 충격도 큰 변동성으로 번질 수 있다.

향후 미국 증시의 관건은 AI와 반도체 등 인기 종목이 다시 조정을 받을 때 높은 레버리지 포지션이 얼마나 빠르게 해소되는지다. 미국 시장이 한국과 같은 청산 국면을 겪을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월가는 한국 사례를 레버리지 확대 국면의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

게임하고 주식토큰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