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물품이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연간 최대 260억 달러(약 36조9000억원)의 관세 수입 손실이 발생한다는 백악관 추정이 나왔다. 미국은 원산지 신고와 공급망 자료 제출을 강화해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단속을 넓히고 있다.
AP는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산 제품의 제3국 경유 수출이 연간 190억~260억 달러(약 26조9000억~36조9000억원)의 세수 손실을 낳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18년 이후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 제3국으로 물품을 보낸 뒤 포장이나 제한적 조립을 거쳐 미국에 들여오는 흐름을 문제로 삼았다.
백악관은 이 과정에서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제조업의 대미 수출 기반은 유지됐다고 봤다. 관세율이 높은 중국산 제품이 제3국산으로 신고되면 미국이 의도한 관세 압박이 약해진다는 판단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연간 우회수출 물량 추정치는 342억~3030억 달러(약 48조5000억~429조7000억원)다. 백악관은 중앙값인 750억 달러(약 106조4000억원)를 기준으로 관세 손실 규모를 계산했다.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백악관 무역고문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40개국이 넘는 국가를 통해 수출품을 우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백악관이 캐나다, 멕시코,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우회수출은 상품이 제3국을 거쳐 이동하는 물류 행위 전체를 뜻하지 않는다. 통상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 생산지나 핵심 원산지가 중국인데도 제3국에서 단순 포장, 라벨 교체, 제한적 조립을 거친 뒤 다른 나라 제품처럼 신고하는 방식이다.
이번 보고서는 6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411호의 연장선에 있다. 백악관은 해당 명령에서 수입자 등록 관리, 공급망 자료 제출, 원산지 관련 정보 공개, 통관 위반에 대한 벌금 부과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행정명령은 불법 우회수출과 품목 오분류, 저가 신고를 우선 단속 대상으로 명시했다. 미국 통상당국이 관세율 자체를 새로 올리는 방식보다 기존 관세를 실제로 걷기 위한 집행 체계를 조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미 법무부도 관세 집행을 무역 사기 수사로 넓히고 있다. 법무부는 7월 14일 무역사기 태스크포스가 출범 1년이 되기 전에 민·형사 회수액, 벌금, 몰수, 공개 기소 손실액 기준으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겼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제시한 대상 범위에는 우회수출, 허위 표시, 허위 신고가 포함됐다. 통관 단계의 서류 문제로만 보던 사안을 관세 회피와 무역 사기 문제로 다루겠다는 흐름이 분명해진 셈이다.
배런스는 백악관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원산지와 공급망 자료를 대조하는 방식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선적 경로, 부품 구성, 신고 원산지를 함께 살피면 단순 서류 심사보다 우회 경로를 더 촘촘히 추적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집행 범위가 넓어질수록 실제 생산 이전과 단순 재배송을 구분하는 기준은 더 중요해진다.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제3국에서 조립하는 글로벌 제조 구조에서는 원산지 판정과 부가가치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집행 공백을 더 강하게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번영하는 미국을 위한 연합(CPA)은 6월 23일 자체 보고서에서 중국산 우회 흐름으로 140억 달러(약 19조9000억원)의 우회수출 노출액과 총 700억 달러(약 99조3000억원)의 관세·보호 공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우회수출 단속이 실제 집행 단계에서 쉽지 않다고 봤다. 공급망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국면에서도 관세와 단속 불확실성은 기업 비용과 통관 일정에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독자에게 직접 닿는 대목은 동남아 조립 공급망과 원산지 증빙이다.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제3국에서 조립하는 구조까지 우회수출로 넓게 보면 전자, 자동차, 금속 등 글로벌 제조업의 통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을 비트코인(BTC) 등 암호자산의 직접 재료로 보기는 어렵고, 관세 단속 강화가 위험자산 심리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