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자본규제 완화 논의가 AI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과 맞물리며 대형 은행의 기업대출 여력을 가늠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티그룹($C), 웰스파고($WFC), 뱅크오브아메리카($BAC), PNC 파이낸셜($PNC)을 자본규제 개편과 신용 수요 확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은행으로 제시했다. AI 투자 확대가 기업의 외부 자금 수요를 키우는 가운데 은행의 자본 부담 완화가 대출 공급 여력과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3월 19일 대형 은행 자본규제 현대화 제안을 공개했다. 세 기관은 제안이 자본요건을 간소화하고 위험과 자본 산정을 더 정교하게 맞추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이다. 위험가중자산은 대출, 채권, 파생상품 등 은행 자산에 위험도를 반영해 계산한 금액이다. 이 금액이 줄면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자산을 운용할 여지가 생긴다.
미국 규제당국은 표준화 방식과 대형 은행 적용 방식을 손질하고,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의 추가자본 규제도 함께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 시스템의 안전성과 건전성은 유지한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준 이사는 3월 19일 성명에서 이번 제안과 스트레스테스트 변경안을 함께 반영하면 대형 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요구 수준이 4.8% 낮아진다고 밝혔다. 최근 보완적 레버리지비율(eSLR) 변경까지 더하면 G-SIB의 Tier 1 자본 요구는 6.0%, 금액으로는 600억 달러(약 83조원)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 보고서는 트레이딩 사업 비중이 큰 은행보다 기업·가계대출 중심 은행에서 규제 완화 효과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제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젤Ⅲ 최종안에서는 시장위험 RWA가 새로운 산식 도입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트레이딩 사업 비중이 높은 은행보다 기업 및 가계 대출 중심 은행에서 규제완화 효과가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시티그룹,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G-SIB에 해당해 카테고리 III·IV 은행보다 CET1 요구자본 감소율은 낮지만, 영업 규모와 고객 기반이 크고 G-SIB 추가자본 규제 개편 영향도 함께 받을 수 있다고 봤다. PNC 파이낸셜은 비G-SIB 가운데 모기지와 상업대출 비중이 높아 표준방법 개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은행으로 제시됐다.
AI 인프라 투자도 대출 수요를 보는 배경이다. 엔비디아($NVDA)는 8월 10일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과 독립 금융 플랫폼을 세워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약 693조원) 이상의 제3자 자본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AI 컴퓨팅을 장기 수익과 연결되는 투자 자산으로 설명했다.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커지면서 AI 인프라 투자는 자체 현금과 회사채뿐 아니라 금융기관 대출·투자까지 포함하는 자금 조달 구조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연준의 4월 은행대출담당자 설문은 기업대출 수요가 전반적으로 급격히 늘었다고 보지는 않았다. 연준은 1분기 대기업·중견기업의 상업·산업 대출 수요가 전체적으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대형 은행이 아닌 은행에서는 대기업·중견기업 대출 수요가 강해졌다는 응답이 소폭 우세했다.
이번 논의는 가상자산 시장의 직접 규제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은행의 자본 운용 여력이 바뀌면 기업대출, 시장중개, 트레이딩 비용에도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바젤Ⅲ 엔드게임이 대형 은행의 자본 적립 규모와 위험자산 운용 방식을 정하는 기준이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자본규제 완화는 은행권에는 대차대조표 운용 여지를 넓히는 요인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쌓아온 손실흡수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검토 대상이다. 유럽에서도 은행 자본규제 전환 규정 조정 논의가 진행되며 규제 단순화와 금융안정 장치 유지 사이의 균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종 변수는 규정 확정 방식이다. 미국 규제당국은 6월 18일까지 의견을 받았다. 바젤Ⅲ 엔드게임의 실제 영향은 최종 규정에서 적용 대상, 위험가중치, 시장위험·운영위험 반영 방식이 어디까지 조정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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