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불법 금융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암호화폐 지갑 2600개를 은행과 법 집행기관이 활용하는 전용 정보 시스템에 등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7일 공개한 2026년 상반기 불법 금융 활동 대응 자료에서 법인, 프로젝트, 개인사업자 등이 관리한 해당 지갑으로 유입된 자금이 루블 환산 기준 10억 루블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은행과 법 집행기관이 고객 위험도를 평가하고 금융 조사를 진행할 때 활용된다.
이번 조치는 특정 거래소나 토큰 가격을 겨냥한 발표라기보다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절차를 강화하는 성격에 가깝다. 시스템에 등록된 지갑과 거래 연관성이 확인되면 관련 은행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2026년 1~6월 러시아 중앙은행이 확인한 불법 금융 활동 징후 주체는 2891곳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약 31% 줄었지만 직전 반기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형별로는 금융 피라미드 징후가 있는 주체가 929곳, 불법 투자 유치 징후가 있는 주체가 379곳으로 집계됐다. 금융 피라미드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참여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를 내세우는 사기성 금융 방식으로, 고수익 보장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암호화폐는 이들 불법 투자·사기성 프로젝트의 자금 수취 수단으로 쓰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 피라미드 징후 사례의 74% 이상이 자금 유치에 암호화폐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언급된 사례는 암호화폐 투자, 채굴, 가짜 데이터센터, 금 가격에 연동된 것처럼 꾸민 토큰 등을 내세운 투자 사기였다. 나머지 자금 유치 수단으로는 해외 결제 서비스와 현금이 활용됐다.
테더(USDT)를 이용한 '크립토 대출'도 별도 사례로 제시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고객에게 테더나 루블 환산 금액으로 대출을 제안하는 방식의 불법 대출이 확산되고 있으며, 관련 사이트를 차단해도 운영자가 복제 사이트를 만드는 사례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전용 정보 시스템에 지갑 주소가 들어가면 은행은 거래 상대방과 자금 흐름을 더 엄격히 살필 수 있다. 러시아 내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지갑 출처와 거래 상대방 확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와 보관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는 움직임도 이어 왔다. 본지는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거래 허용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자료는 거래 허용 논의와 별개로 불법 금융 활동에 쓰이는 지갑과 인터넷 자원을 식별해 은행권과 수사기관에 공유하는 데 초점이 있다. 합법적 거래 범위를 정하는 규제와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집행 체계가 동시에 정비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불법 금융 활동 관련 사실을 법 집행기관, 러시아 연방반독점청, 기타 권한 있는 기관에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2026년 상반기에는 불법 금융 시장 참여자와 금융 피라미드 관련 인터넷 자원 1만1800개 이상에 대한 접근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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