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 심사, 대주주·전산설비까지 본다

| 이준한 기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체계가 지난 20일부터 대주주 적격성, 재무건전성, 조직·인력, 전산설비, 내부통제까지 보는 실질 심사로 강화됐다. 기존 대표자와 임원 중심의 신고 심사가 사업자 지배구조와 운영 능력 전반을 확인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국무회의에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법률은 2월 19일 공포됐고, 신고제 강화와 퇴직자 제재조치 통보 관련 내용은 지난 20일부터 시행됐다. 본지는 앞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심사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 안건에 오른다고 보도했다.

심사 대상은 대주주까지 넓어졌다.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사업자는 직접 주주뿐 아니라 특수관계와 상위 지배관계까지 확인해야 한다.

재무 기준도 구체화됐다. 가상자산사업자는 부채비율 200% 이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기존 사업자는 부채비율 요건과 조직·인력, 전산설비, 내부통제 요건 적용이 1년 유예된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는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맞물려 있다. 사업자는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트래블룰 등 기본 의무를 갖춰야 하고, 금융당국은 신고 단계에서 사업자가 이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 본다. 이번 개정은 진입 요건을 형식 요건에서 운영 역량 점검으로 넓힌 조치로 풀이된다.

신고매뉴얼은 실무 기준을 더 자세히 제시했다. 자금세탁방지 업무 종사 인력은 4명 이상이어야 한다. 준법감시인은 전문교육 이수, 자금세탁방지 업무 경력 또는 관련 자격증 등 전문성을 확인받는다.

전산설비 기준도 명확해졌다. 고유식별정보나 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는 전산설비는 국내에 둬야 한다. 클라우드는 서버 리전이 국내에 있으면 국내 전산설비로 인정될 수 있다.

변경신고는 사후 보고에서 사전 통제로 바뀌었다. 대주주와 법령준수체계 변경은 기존 ‘변경 후 14일 이내’ 신고에서 ‘변경 30일 전’ 신고로 전환됐다. 신고 수리 전에 사전신고 대상 사항을 시행하면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래블룰 적용 범위도 확대됐다. 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간 이전거래는 기존 100만원 이상 기준이 사라지고 전체 거래로 넓어졌다. 수취 사업자는 정보가 누락되면 정보 제공을 요청하거나 거래를 거절할 수 있다.

정부는 약 2억원을 100만원 미만 단위로 216회 출고한 사례를 규제회피 의심 사례로 제시했다. 본지도 앞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100만원 미만 이체까지 트래블룰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고 보도했다. 100만원 기준 폐지는 국내 신고 사업자 간 이전거래에 적용되는 조치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 거래는 위험도에 따라 나뉜다. 저위험 해외거래소 이전은 허용하고, 그 외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은 송·수신인이 같을 때 허용한다. 고위험 거래는 금지된다.

1,000만원 이상 거래에는 자체 의심거래 관리체계 구축·운영 의무가 붙는다. 100만원 기준 폐지와 1,000만원 이상 거래 관리는 적용 대상과 취지가 다르다. 전자는 국내 신고 사업자 간 이전거래의 정보 제공 범위를 넓히는 조치이고, 후자는 해외 사업자·개인지갑 거래 위험을 따져 관리하도록 한 기준이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은 13일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신고 사업자 28개사 임직원과 예비 사업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협회 등을 통한 실무 문의 대응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주식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기획관은 설명회 모두발언에서 “최근의 가상자산 시장은 국민의 경제생활과 금융시장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시장으로 성장한 만큼 가상자산 신고제를 막 도입했던 2021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와 대주주의 건전성을 진입 단계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준비 부담도 제기됐다. 이데일리는 대주주와 법령준수체계 변경이 사전신고로 바뀌면 지배구조 개편과 인사 결정에 규제 일정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으로 사업자는 대주주 자료, 재무비율, AML 인력, 전산설비 위치, 내부통제 작동 여부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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