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은행 AI 리스크 정조준했다

| 강이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 규제의 복잡성은 줄이되 자본과 사이버 회복력은 낮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은행 경쟁력 논의가 규제 완화 요구로 번지는 가운데 감독당국은 단순화와 안전장치 유지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클라우디아 부흐(Claudia Buch) ECB 감독위원회 의장은 7월 2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청문회 발언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부흐 의장의 발언문은 국제결제은행(BIS)과 ECB 은행감독기구에 공개됐다.

부흐 의장은 유로존 은행이 복잡한 제도 환경과 위험 환경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제와 감독에서 불필요한 마찰은 줄여야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가 되는 은행 회복력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자본규제다. 부흐 의장은 적정 자본요건이 은행 경쟁력이나 대출을 훼손한다는 우려는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자본요건이 실물경제 대출 능력을 약화하지 않았고, 은행 자본요건이 신용공급을 제약한다는 징후도 없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유럽 은행업계가 미국의 규제 완화 흐름을 의식해 ECB에 자본요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은행 감독 기준을 재정비하며 평판위험을 감독 프로그램에서 제외한 조치가 나온 바 있다. ECB는 자본 수준을 낮추는 대신 계산 방식 단순화와 완충장치 수 축소에는 여지를 남겼다.

부흐 의장은 단일시장 통합과 은행연합 완성도 과제로 제시했다. 유럽 은행이 국경을 넘어 자본과 유동성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은행연합 진전, 유럽예금보험제도 논의, 국가별 장벽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AI와 사이버 리스크도 별도 축으로 다뤘다. ECB 감독을 받는 은행의 85% 이상이 AI 도구를 사용하고, 40% 넘는 은행은 적어도 하나의 AI 활용 사례를 사업상 매우 중요하게 본다고 부흐 의장은 밝혔다. 그는 새로운 프런티어 대규모 언어모델이 은행의 사이버 방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봤다.

부흐 의장은 공격 도구의 속도와 규모, 접근성이 커지는 반면 방어 측의 대응 시간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의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통신망, 결제시스템, 전력 공급도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후속 감독 논의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졌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는 7월 7일 프런티어 AI 모델이 EU 금융시스템의 사이버 회복성을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행감독청(EBA),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7월 31일 프런티어 AI 관련 ICT 리스크에 대해 일관된 감독 접근을 촉구했다.

유럽위원회는 7월 17일 EU 은행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채택했다. 이어 7월 30일 설명 자료에서 시장 분절, 바젤 규정의 EU식 적용, 과도한 규제 복잡성을 주요 걸림돌로 제시했다. 관련 입법 제안은 2027년 1분기로 예고됐다.

이번 청문회는 가상자산 가격을 직접 움직인 사건은 아니다. 다만 은행의 AI 활용, 클라우드 의존, 결제 인프라 회복성을 한데 묶어 감독하는 유럽의 접근은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다루는 국내 시장에도 참고 사례가 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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