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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분석] AI의 다음 병목은 GPU가 아니다… ‘전력망’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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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美 전력수요 증가분 70%가 AI 데이터센터”… 변압기 최대 4년 대기, 한국 전력기기가 ‘AI 인프라 2막’의 승자로

 TokenPost.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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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세계의 반도체를 빨아들인 데 이어 이제는 전력망을 삼키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AI 인프라 경쟁의 질문은 단순했다.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할 것인가.”

하지만 GPU를 수십만 개 확보한다고 AI 데이터센터가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칩을 돌릴 전력이 있어야 하고,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데이터센터까지 보내야 하며, 고압 전력을 실제 서버가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바꿔줄 변압기와 개폐기, 송·배전 설비가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병목이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8월 28일 발표한 한국 전력기기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력수요는 2025~2030년 연평균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증가분의 약 70%를 AI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전망이다. 골드만은 미국의 전력기기 공급 부족이 최소 2029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신규 수주 흐름이 2028년까지 견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시대의 다음 병목은 더 이상 반도체 공장 안에만 있지 않다.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사이에 있다.

■ 20년간 잠자던 미국 전력수요가 깨어났다

미국 전력산업은 지난 20년간 완전히 다른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과 LED 보급, 제조업 해외 이전 등의 영향으로 전력수요가 장기간 정체했다. 골드만삭스도 과거 분석에서 미국 전력수요 증가율이 오랜 기간 사실상 제로 수준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I가 이 흐름을 깨뜨렸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5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25년 31GW에서 2026년 41GW, 2027년에는 66GW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가 미국 최대전력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4.1%에서 2027년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규모는 더 커진다.

BloombergNEF 등의 전망을 인용한 최근 분석에서는 AI 칩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전력수요가 2033년 약 315GW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시됐다. 2025년 대비 11배 이상 증가하는 규모이며, 신규 수요의 약 64%가 미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AI 경쟁이 컴퓨팅 경쟁을 넘어 에너지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 발전소만 지으면 끝? 문제는 전기를 ‘옮기는 길’이다

문제는 전력 생산량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자력발전소나 가스발전소, 태양광 발전소를 새로 건설해도 전력을 데이터센터까지 전달할 송전망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전력은 생산한 뒤 송전하고, 변압하고, 다시 배전해야 한다.

이 과정의 핵심 부품이 대형 변압기와 개폐기(switchgear), 차단기, 전력 제어장치다.

그런데 AI 투자 붐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 미국은 이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

미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일반 배전변압기의 조달기간은 2019년 3~6개월 수준에서 최근 1~2년 이상으로 늘었다. 발전소와 변전소에 들어가는 대형 전력변압기는 상황이 더 심각해 최대 3~4년을 기다려야 한다.

일부 초고압 대형 변압기는 최대 5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대형 변압기에 사용되는 방향성 전기강판과 정제 구리 등 원재료도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GPU는 돈을 더 주면 상대적으로 빨리 확보할 수 있다.

변압기는 그렇지 않다.

고객별 규격이 다르고, 제조 공정과 품질인증이 까다로우며 대형 제품은 주문부터 설치까지 수년이 걸린다.

공장을 새로 지어 공급을 늘리는 데도 다시 수년이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속도와 전력망을 짓는 속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 “AI보다 큰 문제”… 낡은 전력망까지 동시에 바꿔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변압기 부족이 AI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지만 미국은 동시에 수십 년 된 전력망을 교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도 늘려야 하고, 새로운 발전소를 송전망에 연결해야 하며, 제조업 리쇼어링과 전기차 확산에도 대응해야 한다.

미 에너지부는 최근 변압기와 차단기, 변전소 장비, 전력전자 장비의 공급망 부족이 데이터센터 연결뿐 아니라 미국 전력망 확장 자체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변압기의 가격은 지난 5년간 4~9배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AI 투자가 예상보다 둔화하더라도 전력기기 수요가 함께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후 전력망은 어차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전력기기 사이클이 과거의 단순한 설비투자 붐과 다른 점이다.

AI가 수요를 만들고 있지만, AI만으로 유지되는 사이클은 아니다.

■ 미국의 약점이 한국의 기회가 됐다

이 지점에서 한국이 등장한다.

미국과 유럽이 지난 수십 년간 정체된 전력수요에 맞춰 전력기기 제조능력을 축소하거나 투자를 제한한 것과 달리 한국은 꾸준히 전력망을 확대했다.

산업화와 도시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력집약적 제조업 성장으로 국내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에는 초고압 변압기와 개폐기, 송배전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생산시설과 숙련 인력, 공급망이 남았다.

AI가 한국 전력기기의 경쟁력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다.

서방이 20년간 필요하지 않아 잊고 있었던 경쟁력을 AI가 다시 드러낸 것이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은 이미 이런 구조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세 회사의 신규 수주는 7조원을 넘어섰고 합산 수주잔고도 30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AI 데이터센터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미국 송전망 사업자로부터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리액터 공급계약을 따냈다. 한국 전력기기 업체가 미국에서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배전·전력기기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주문은 들어왔지만 아직 매출로 다 찍히지도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력기기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사이클 정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판단은 다르다.

골드만은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신규 수주 모멘텀이 2028년까지 이어지고, 2026~2030년 업종 전체 EPS가 연평균 약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중공업의 경우 같은 기간 EPS 연평균 성장률을 약 34%로 추산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9%, LS일렉트릭은 31%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전력기기 산업의 매출 인식 구조다.

오늘 수주한 초고압 변압기가 내일 바로 매출로 잡히는 것이 아니다.

제작부터 검사, 운송, 설치까지 수년이 걸린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신규 수주의 증가율이 둔화하더라도 이미 확보된 수년 치 수주잔고가 순차적으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된다.

시장이 수주의 ‘정점’을 논할 때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아직 그 주문을 모두 반영하지도 않은 셈이다.

■ 왜 ‘배전’보다 ‘송전’인가

골드만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송전(transmission)이다.

AI 데이터센터 바로 앞에 들어가는 배전설비는 개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예정된 데이터센터 용량 가운데 상당수가 전력 확보와 인허가, 공사 지연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대로 가동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송전망은 다르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연기된다고 전국 전력망 교체가 멈추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노후 전력망 교체, 지역 간 전력 이동이 모두 같은 송전망을 사용한다.

따라서 송전 장비는 개별 AI 프로젝트 위험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면서 전체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만이 한국 업체 가운데 효성중공업을 가장 선호하고 신규 ‘매수(Buy)’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에는 각각 ‘중립(Neutral)’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을 인용한 것이며 본지의 투자 권유가 아니다.

■ [분석] AI 경쟁의 단위가 ‘GPU’에서 ‘MW’로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토큰포스트의 분석이다.

이번 전력기기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AI 산업의 경쟁 단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AI 인프라 경쟁의 단위는 GPU였다.

누가 엔비디아 H100과 Blackwell을 몇 장 가지고 있는지가 경쟁력이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데이터센터였다.

얼마나 많은 랙과 냉각시설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이제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경쟁 단위가 GPU에서 MW(메가와트)로 이동하고 있다.

GPU를 살 돈이 있어도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AI 컴퓨팅을 늘릴 수 없다.

전력이 있어도 계통 접속(interconnection)을 받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없다.

결국 앞으로 AI 인프라의 희소 자산은 GPU뿐 아니라 전력계약, 변전소, 송전선, 계통 접속권, 발전소와 연결된 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 기업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넘어 전력시장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 비트코인 채굴업계는 이미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디지털자산 업계에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비트코인 채굴기업은 오래전부터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

채굴기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최종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전기 가격과 전력 공급 안정성이었다.

그래서 채굴업체들은 값싼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고 발전사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으며, 계통 접속이 확보된 대규모 부지를 선점했다.

AI가 이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 때문에 북미 비트코인 채굴기업들이 기존 부지와 전력계약을 활용해 AI·HPC(고성능컴퓨팅)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하는 흐름도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다.

그들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 채굴기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수백MW의 전력과 계통 접속권이었기 때문이다.

GPU는 새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전력망 연결은 돈만 있다고 바로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AI와 비트코인 채굴이 전혀 다른 산업처럼 보이면서도 물리적인 인프라 층에서는 하나로 수렴하는 이유다.

■ AI 시대의 ‘픽앤쇼벨’은 반도체만이 아니다

19세기 골드러시에서 확실하게 돈을 번 것은 금을 찾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곡괭이와 삽을 판 사업자들도 있었다.

AI 시대 첫 번째 픽앤쇼벨은 GPU였다.

두 번째는 데이터센터와 냉각장치였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픽앤쇼벨로 전력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변압기와 차단기, HVDC, 케이블, ESS는 화려한 AI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것들이 없으면 수천억원짜리 GPU도 켜지지 않는다.

따라서 AI 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와 산업정책의 시야도 반도체에서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갈 필요가 있다.

칩을 만드는 회사만 볼 것이 아니라 칩을 켜주는 회사를 봐야 한다.

■ 전력망까지 ‘RWA’가 내려갈 수 있을까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또 하나의 연결점이 생긴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구축에는 막대한 장기 자본이 필요하다.

변전소와 송전선, 발전설비, 데이터센터는 전형적인 인프라 자산이다. 일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면서도 초기 투자비가 매우 크다.

향후 이 같은 인프라의 금융구조와 수익권을 토큰화하는 RWA(실물연계자산) 시장이 성장한다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는 자연스러운 기초자산 후보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전력망 자체의 토큰화가 본격적인 금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

현재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AI가 디지털 경제를 확장할수록 이를 떠받치는 물리적 자산에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위의 AI가 결국 땅과 구리선, 변압기와 발전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이 놓치지 말아야 할 두 번째 기회

한국 입장에서 이번 변화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수출이다.

반도체에 이어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기업이 AI 인프라 사이클의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공급망 부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변압기 공장은 반도체 팹처럼 자본만 투입한다고 즉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생산 경험과 인증, 숙련 인력이 함께 필요하다.

한국이 이미 갖고 있는 제조기반의 가치가 커지는 이유다.

둘째는 국내 AI 산업이다.

한국도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면 동일한 벽을 넘어야 한다.

GPU 확보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전력망과 계통 접속, 수도권 전력 집중,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전력망 부족으로 돈을 버는 동시에 한국의 AI 산업은 국내 전력망 부족 때문에 성장이 지연되는 모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결국 AI 산업정책은 더 이상 반도체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도체, 발전, 송전망, 변압기, ESS, 데이터센터, 냉각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AI의 첫 번째 전쟁은 GPU 확보전이었다.

두 번째 전쟁은 데이터센터 건설이었다.

이제 세 번째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누가 전기를 확보하고, 누가 그 전기를 원하는 곳까지 보낼 수 있는가.

AI가 가상세계의 기술처럼 보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구리선과 변압기, 발전소와 송전망이다.

AI의 다음 병목은 칩이 아니다. 칩을 켤 전력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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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2026.08.29 1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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