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달러 미디어 합병, 1963년 판례 앞에 섰다

| 최윤서 기자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인수전이 미국 주정부 반독점 소송으로 멈춰 있다. 1100억 달러(약 151조2500억원) 규모 거래의 쟁점은 1963년 은행 합병 판례를 오늘의 미디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다.

슈바 고시(Shubha Ghosh) 시러큐스대 법대 교수는 포춘 기고문에서 이 거래를 필라델피아 지역 은행 합병 사건과 같은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보도 기사가 아니라 필자의 해석을 담은 칼럼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1963년 6월 17일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대 필라델피아 내셔널 뱅크’ 판결에서 필라델피아 지역 상업은행 시장의 ‘적어도 30%’를 차지하는 합병은 경쟁 제한으로 추정될 수 있다고 봤다. 당시 시장은 한 도시권의 예금과 대출처럼 비교적 좁고 측정 가능한 구조였다.

이번 거래는 시장 구조가 다르다. 주정부는 극장 배급, 예상 블록버스터 배급, 케이블TV 채널 라이선스 시장을 따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실은 이 거래가 할리우드 5대 주요 영화 배급사 중 2곳과 기본 케이블 채널 주요 보유자 5곳 중 2곳을 묶는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실은 7월 13일 롭 본타(Rob Bonta)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이 11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소송은 영화 배급, 예상 블록버스터 영화 배급, 케이블TV 채널 라이선스 시장에서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췄다.

뉴욕 법무장관실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 뉴욕 법무장관은 7월 13일 소송에서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영화·TV 산업 경쟁을 약화하고 소비자, 노동자, 극장, 관련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 법무장관실은 거래 규모를 1100억 달러로 적었다.

연방 법무부의 판단은 달랐다. 미 법무부 반독점국은 6월 12일 조사 종결 성명에서 구독형 주문형 비디오, 선형TV, 극장 개봉 영화 분야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00만 건의 문서와 80명 넘는 관리자의 자료를 검토했고, 선형TV에서는 케이블 이탈과 스트리밍 전환이 경쟁 환경을 바꿨다고 봤다.

파라마운트도 넓은 시장 정의를 내세운다. 파라마운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문에서 합병 후 회사가 미국 TV와 스트리밍 시청 시간의 13%, 국내 박스오피스의 18%를 차지한다고 제시했다. 최근 2년 평균 국내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22%로 적었다.

수치가 갈리는 대목도 있다. 파라마운트는 8월 14일 발표에서 전 세계 68개국 규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고, 이후 SEC 제출문에는 65개 관할권으로 적었다. 거래 규모 역시 총거래가치 1100억 달러와 별도 지분가치 기준이 함께 언급돼, 기사에서는 기준을 구분해 봐야 한다.

이번 논쟁의 본질은 30%라는 숫자 자체보다 관련 시장을 어디까지로 볼지다. 주정부 논리에서는 영화 배급과 기본 케이블 채널이 별도 시장으로 좁아진다. 회사 측과 법무부 논리에서는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유튜브 등 디지털 시청 시간이 같은 경쟁 압력으로 들어온다.

미디어 산업에서는 시장 경계가 곧 합병 심사의 결론을 가를 수 있다. 극장 개봉 영화만 보면 대형 스튜디오 수와 배급망이 중요해지고, 전체 시청 시간으로 보면 스트리밍 플랫폼과 온라인 영상 서비스가 경쟁자로 포함된다. 같은 거래라도 측정 단위가 바뀌면 점유율과 경쟁 제한 판단이 달라지는 구조다.

반대 여론도 남아 있다. 미국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은 ‘합병 저지’ 캠페인을 통해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결합이 작가에게 구체적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조합은 거래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시각은 갈린다. 고시 교수는 PNB 판례의 시장점유율 추정 기준을 현대 미디어 시장에 기계적으로 옮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반대로 주정부는 좁은 영화·케이블 시장에서 결합 효과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앞서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합병 절차가 주정부 소송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쟁점은 영화 배급과 케이블TV 채널 편성 시장에서 경쟁이 약해질 수 있느냐였다.

거래는 법원 판단 또는 2027년 6월 1일까지 묶여 있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실은 7월 24일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가 그때까지 합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8월 25일에는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이 파라마운트와의 합의 회동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소송의 다음 절차가 거래 향방을 가르게 됐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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