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개인지갑을 거친 가상자산 거래를 분석하기 위해 상용 블록체인 추적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2027년 1월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적용되는 만큼,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간 거래 자료를 과세 체계에 어떻게 연결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디지털애셋은 국세청이 검찰, 경찰, 미국 국세청 등이 쓰는 상용 블록체인 추적 프로그램을 도입해 디지털자산 지갑 간 이체를 추적·분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개인지갑을 이용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취지다.
국세청 안내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2024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2년 유예됐다. 이에 따라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되고, 연간 손익은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하는 구조다.
문제는 거래 자료의 연결성이다. 국내 거래소 안에서 이뤄진 거래는 사업자가 제출하는 자료로 확인할 수 있지만,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출금한 뒤 개인지갑을 거쳐 해외 거래소에서 매도하면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야 한다.
블록체인 추적 프로그램은 이 과정에서 지갑 간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보조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온체인 기록은 특정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자산이 이동한 사실을 보여주지만, 그 이동이 매매인지 단순 보관 이전인지까지 곧바로 확정해주지는 않는다.
해외 거래소 자료는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와 맞물린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11월 한국이 CARF 다자간 정보교환협정에 서명했으며, 협정국 소재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한 국내 거주자의 거래 정보를 국세청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CARF를 가상자산 거래 관련 세무 정보를 납세자 거주지 관할권과 매년 자동 교환하는 체계로 설명한다. 통상 금융계좌 정보 교환처럼 각국 과세당국이 사업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상대국 세무당국과 주고받는 방식이다.
시행 시점도 과세 실무에서 중요하다. 디지털애셋 보도는 2028년 시행되는 CARF가 2027년 거래 정보를 포괄해 국내 디지털자산 소득세 과세와 2028년 5월 신고 일정에 맞물린다고 전했다.
이는 국내 과세와 해외 정보교환이 같은 시간표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7년에 발생한 가상자산 소득을 2028년 5월 신고하려면 국내 거래소 자료, 해외 거래소 자료, 개인지갑 이동 내역을 같은 기준으로 대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개인지갑은 거래소 계정과 달리 실명 정보가 직접 붙어 있지 않다. 과세당국이 지갑 흐름을 보더라도 실제 소유자, 취득가액, 양도가액, 수수료, 보유 기간 등을 확인하려면 거래소 자료와 납세자 신고·소명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분석만으로 세액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추적 프로그램 도입 검토는 과세 확정 단계라기보다 자료 분석 역량을 보강하는 조치로 봐야 한다.
해외에서도 암호자산 거래 신고 누락과 과세 자료 확보는 주요 세무 쟁점으로 다뤄져 왔다. 본지는 앞서 미국 국세청이 암호자산 거래에 대한 세무 추적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단속은 자료 제출 확대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본지는 영국 국세청이 암호화폐 투자자 8만1000명에게 세금 경고장을 보냈다는 보도를 전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27년 거래분부터 과세가 시작되고, 해당 소득은 2028년 5월 신고 일정과 연결된다. 국세청의 추적 프로그램 도입 검토는 이 일정에 맞춰 해외 거래소 자료와 개인지갑 이동 내역을 함께 대조할 수 있는 실무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