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결제서비스법에 반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허가받은 발행자에게만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 명칭을 허용하고, 국경 간 공동 발행과 해외 규제 스테이블코인의 제한적 인정까지 검토하는 내용이다.
싱가포르금융관리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MAS)은 9월 1일 결제서비스법 개정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의견 제출 기한은 10월 16일이다. 이번 문서는 2023년 확정한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법률로 옮기기 위한 후속 절차다.
개정안의 중심은 싱가포르달러 또는 주요 10개국 통화에 연동된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이다. MAS는 허가받은 발행자만 자신과 토큰을 ‘MAS 규제 스테이블코인’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MAS 규제를 받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디지털결제토큰(DPT)으로 분류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결제와 정산에 쓰일 수 있지만, 준비자산과 환매 구조가 불투명하면 이용자 보호와 금융 안정 문제가 동시에 생길 수 있다. MAS가 명칭 보호를 앞세운 것도 허가받은 지급수단과 일반 가상자산의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MAS는 가치 안정성, 자본 요건, 액면가 환매, 공시 요건을 발행자 기준에 포함했다. 리드스미스(Reed Smith)와 깁슨던(Gibson Dunn) 등 법률 분석은 2023년 틀의 100% 준비자산과 5영업일 내 환매 원칙이 큰 틀에서 유지됐다고 정리했다.
이번 초안에서 달라진 대목은 국경 간 발행이다. MAS는 싱가포르 발행자와 해외 발행자가 함께 발행하는 구조를 조건부로 인정하는 방안을 냈다. 비교 가능한 해외 규제 체계 아래 있는 일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2023년 프레임워크가 싱가포르 내 발행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다른 지점이다. 당시 MAS는 싱가포르에서 발행되고 싱가포르달러나 주요 10개국 통화에 연동된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최종 체계를 확정했다. 2026년 초안은 이 틀을 입법으로 고정하면서 해외 규제 체계와의 연결 가능성을 열어 둔 구조다.
추가 안전장치도 제안됐다. MAS는 규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 금지, 정기 스트레스 테스트, 복구 계획과 질서 있는 철수 계획, 발행 전 고객자금 보호 의무를 논의 대상에 넣었다. 불법 활동에 쓰인 스테이블코인을 추적·동결·소각할 수 있는 기술 역량도 검토 항목에 포함됐다.
호 헌 신(Ho Hern Shin) MAS 금융감독 담당 부총재는 발표문에서 “제안된 법 개정은 책임 있는 금융 혁신을 촉진하는 스테이블코인 체계에 효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 토큰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고 잘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 금융시장의 결제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분석은 이번 초안을 단순한 규제 강화보다 제도권 결제 인프라 정비에 가깝게 보고 있다. 레저 인사이트(Ledger Insights)는 이를 다국적 발행 논의의 전환점으로 해석했고, 센트럴뱅킹(Central Banking)과 깁슨던은 2023년 틀을 입법화하면서 해외 인정 범위를 넓히는 단계로 정리했다.
다만 이번 절차는 최종 시행이 아니라 의견수렴이다. 다국적 발행, 해외 발행물 인정, 시스템성 스테이블코인 지정은 모두 조건부 제안이다. 실제 인가 구조와 적용 범위는 의견수렴 이후 법안과 하위 규정에서 확정된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지점은 싱가포르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가상자산이 아니라 토큰화 금융 인프라의 결제수단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는 앞서 싱가포르와 영국의 주요 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주식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 안에서 다루는 작업을 동시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초안은 그중 싱가포르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법률 문장으로 구체화하는 단계다.
국내 제도 논의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이용자 보호 기준은 주요 쟁점이다. 싱가포르의 입법 과정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결제자산으로 다루는 기준을 가늠할 사례가 될 수 있다.
MAS는 10월 16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법안과 하위 규정에 반영할 세부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다. 최종 규율은 발행자 인가 요건, 해외 규제 인정 범위, 이용자 보호 장치가 어떤 수준으로 확정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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